대만에서 마주한 하루의 농도
여행은 하루를 가장 진하게 쓰는 방법이다.
어디서 무엇을 하든, 시간을 낭비했다는 느낌은 없다.
특히 낯선 나라의 햇살 아래서는,
분 단위로 하루가 새겨진다.
오늘은 대만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돌아간다는 사실이 반갑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 아름답고 이국적인 풍경을 뒤로 하고 떠난다는 아쉬움도 짙다.
아마도 이 감정은, 현실에서 비현실로,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루프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우리 인생 그 자체와도 닮아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우리는 행복한 순간을 “비현실 같다”고 말하고,
고통스러운 순간은 “현실적”이라고 여길까?
기쁘면 꿈 같다고 하고, 아프면 진짜라고 한다.
비현실은 우리가 원하는 세계고, 현실은 우리가 견뎌야 하는 세계일까?
어제는 귀국 전 마지막 밤.
전체 회식이 있었다.
단 3박 4일. 짧은 일정이었지만,
사람들은 저마다의 대만을 품고 돌아갈 것이다.
나에게 이번 여행의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화려한 관광지도, 근사한 음식도 아니었다.
어제 밤, 가벼운 술 한 잔과 함께 오간 동료들의 목소리.
그 안에 담긴 삶의 이야기, 지나온 시간, 웃음과 열정.
그것이야말로 진짜 '살아있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같은 공간에 있어도 서로를 잘 모른다.
그러다 우연한 여행에서,
낯선 공간에서, 낯설지 않게 연결되기도 한다.
대만은 그런 기회를 내게 준 나라로 기억될 것이다.
이제 현실로 돌아간다.
하지만 현실은, 결국 내가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비현실처럼 아름다워질 수 있고,
비현실조차 현실처럼 단단해질 수 있다.
비현실과 현실은 나란히 걷는다.
우리가 하루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둘의 경계는 흐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