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매력적인 이야기 선수

by 인또삐

뇌는 매력적인 이야기꾼이다. 아니, 어쩌면 이 세상에서 가장 노련한 이야기꾼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말하고, 생각하고, 쓰는 모든 것은 뇌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변주에 불과하다. 뇌는 끊임없이 연결하고, 생략하고, 과장하고, 망각하면서도 그 모든 것을 정교한 이야기의 형태로 엮어낸다. 기억은 단순한 저장소가 아니라, 매 순간 재구성되는 서사다.

신경과학은 최근 뇌의 이야기 능력을 설명할 수 있는 흥미로운 단서를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는 체계는 우리가 과거를 회상하거나 미래를 상상할 때 활성화된다. 이 상태에서 뇌는 기억을 재조립하고,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결국 이야기는 이 상상력의 구조다. 뇌는 이야기로 세상을 정리하고, 타인을 이해하려는 성향을 지닌다.

이 놀라운 능력을 의식적으로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글쓰기와 편집을 통해 얻은 경험 속에서 몇 가지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첫째, 욕망과 감정의 지도를 그려보아야 한다. 우리 뇌는 단지 정보를 분석하는 도구가 아니라,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이기를 원하는 유기체다. 우리가 좋아하는 색, 향, 소리, 장면은 모두 뇌가 가진 선호의 반영이다. 이를 탐색하고 자각하는 것은 창의성의 출발점이 된다. 사이토 다카시는 "자신의 감각에 민감해질수록 표현은 살아난다"고 말했다. 감각을 되살리는 일이 곧 창조의 본질인 것이다.

둘째, 일상에서 '편집적 사고'를 연습하자. 좋은 글에는 언제나 중심이 되는 축이 있고, 그 축을 따라 정보의 흐름과 감정의 리듬이 조율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는 뇌의 서사 본능과도 잘 맞닿아 있다. 전문 영상 편집자 대부분은 장면과 장면 사이의 호흡, 컷의 길이, 자막의 위치처럼 아주 사소해 보이는 요소들이 이야기의 몰입도를 완전히 바꿔 놓는다는 걸 수없이 경험했다. 그래서 항상 이렇게 말하곤 한다. "편집자는 이야기를 디자인하는 사람이다." 이 철학은 글쓰기나 말하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독자의 시선을 어디에서 붙잡고 어디에서 놓을 것인지, 감정의 흐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결국 편집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이야기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 고민하는 인문학적 작업이다.

셋째, 뇌에게 자유를 허락하라. 최고의 이야기꾼은 언제나 틀을 깨고 경계를 넘는다. 가령, 어느 날 산책길에 잡초 하나가 콘크리트 틈을 비집고 솟아오른 장면을 마주했다.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그 순간 '저 생명력은 나의 고단한 일상 속 의지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또 다른 날엔 카페에서 떨어진 커피 얼룩을 보고, 마치 지도처럼 보인다는 상상을 하며 '잊고 있었던 기억의 장소'라는 이야기의 단초를 얻었다. 이처럼 뇌는 무의미한 것조차 의미로 재구성하려는 본능을 지닌다. 매일 '무의미해 보이는 것들에서 의미를 발굴하는' 연습을 해보자. 일상의 단편들이 창조의 재료가 되고, 뇌는 점점 더 정교하고 유연한 이야기꾼으로 성장할 것이다.

결국 뇌는 훈련된다. 더 좋은 이야기꾼으로. 더 창의적인 창작자로. 더 깊이 있는 사유의 동반자로. 그것은 단지 정보를 쌓는 문제가 아니라, 뇌가 좋아하는 방식으로—이야기로, 감각으로, 리듬으로—생각하고 표현하는 문제다.

이야기는 뇌의 모국어다. 그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생각의 주인이 되고, 말의 예술가가 되며, 글의 창조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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