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교의 기술

술 한 잔 없이 취하는 법

by 인또삐

나는 원래 술과 담배에 별 취미가 없다. 그래서일까, 남자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레 중심에서 밀려나곤 했다. 흔히들 말하는 '술자리 정치'에서는 늘 구석 테이블의 조용한 참관자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런 나의 태도에 균열이 생겼다. 몇 번의 회식 자리에 어쩔 수 없이 앉게 되었고, 그중 한 번은 나도 모르게 자리를 오래 지켰다.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 출근길이 한결 가벼워졌다. 도대체 무엇이 달라진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날 느꼈던 것은 '동료애'였다.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늘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동료들이, 술잔을 사이에 두고는 깊은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프로젝트의 고충, 학생들과의 에피소드, 가정의 사소한 일들까지. 그들은 처음으로 '사람'이 되었고, 나는 그들과 같은 배를 탄 구성원이라는 감각을 얻었다. 이래서 회식이 존재하는 것이구나. 억지로만 여겼던 자리에, 나름의 이유와 효용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나는 여전히 술을 즐기지 않는다. 몸이 먼저 반응하고, 다음날이면 늘 후회가 밀려온다. 그렇다면 술을 마시지 않고도 술자리를 즐길 방법은 없을까?

오늘, 처남과의 아침 커피 시간에 전환점이 찾아왔다. "형, 그냥 술을 안 마셔도 돼. 대신,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술을 만들어줘요." 그 한 마디가 나를 번뜩이게 했다. 술을 '마시는' 대신, '섬기는'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다. 마치 고대 중국의 연회에서 술을 따라주는 역할을 맡은 시종처럼, 나는 그 자리의 분위기를 조율하고 맛있는 칵테일을 제조하는 소믈리에가 될 수 있다. 즐거운 자리는 술의 양이 아니라, 마음의 교류로 완성된다는 진실을 새삼 깨달았다.

공자는 "술은 천천히 마시되, 도는 잃지 말라"고 했다. 술자리의 본질은 결국 관계다. 진심 어린 눈빛, 누군가의 말을 놓치지 않고 들어주는 태도,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주는 한 마디의 유머. 이런 것들이 진짜 술보다 더 사람을 취하게 만든다.

이제 나는 술을 마시지 않으면서도, 술자리에 환영받을 수 있는 길을 발견했다. 그것은 '내가 마시지 않아도, 상대가 기분 좋게 마실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사교의 기술 아닐까. 내게 맞는 방식으로, 그러나 타인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법. 인생의 좋은 아이디어는 이렇게 사소한 대화 속에서,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것이 뜻밖의 기쁨을 남긴다. 꼭 술이 아니어도, 우리는 충분히 취할 수 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대화로.

keyword
작가의 이전글뇌는 새로움에 열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