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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의 힘

루틴의 틈에서, 만난 신선한 우연

by 인또삐

"The more you enjoy something, the better you become at it.”


오늘 아침, 나는 낯선 산책로에 발을 디뎠다. 이 동네에서만 수년을 살아왔건만, 그 길은 내 지도의 빈칸이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매일을 걷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스스로 만든 루틴이라는 감옥에 갇혀 있다는 사실이.

낯설음은 늘 불편함을 동반한다. 인간은 익숙함 속에서 안도하지만, 내면 깊은 곳에서는 언제나 신선한 자극을 갈망한다. <논어>에서 공자는 말했다. "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락지자(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아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이, 좋아하는 것보다 즐기는 것이 낫다고. 익숙한 것에 안주하는 삶은 알긴 하지만, 좋아하지는 않고, 즐기지도 못하는 상태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 아침, 나는 원래의 루트를 따를 참이었다. 하지만 동행인의 제안으로 처음 걷는 오솔길을 택했다. 길은 조용했고, 나무의 숨결은 선선했다. 익숙함 속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감각들이 하나둘 깨어났다. 한걸음 한걸음, ‘내가 몰랐던 나’와 마주하는 기분이었다.

사실 대부분의 변화는 대단한 결심보다 사소한 우연에서 시작된다. 다만 그 우연을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와 ‘행동의 용기’가 부족할 뿐이다. 인생은 결코 매뉴얼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가끔은 길을 잃어야 새로운 지도가 그려진다.

오늘의 작은 모험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 — 새로운 경험은 거창하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것. 다만 그 안을 채우는 태도는 진지해야 한다는 것. 이제는 매일 같은 아침이라도, 익숙함 속의 틈을 살피는 눈을 가지려 한다. 어쩌면 그 틈새에야말로, 내일을 바꾸는 우연이 숨어 있을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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