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아내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빛을 내고 있었다. 선생으로서 하루를 마무리한 그녀는 학생들과의 에피소드를 숨 가쁘게 풀어놓기 시작했다. 단순한 수업 후기가 아니었다. 그 이야기 속에는 교육자로서의 고뇌, 아이들을 향한 애정, 그리고 치열한 자기성찰이 담겨 있었다. 듣는 내내 나는 가슴이 뜨거워졌다. 내가 오랫동안 기대하고 바라왔던, 그러나 그녀 스스로만이 꺼낼 수 있었던 내면의 거인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아내는 20여 년 동안 영어를 가르쳐왔다. 중간중간 휴직도 있었지만, 그녀는 단 한 번도 영어 교육을 놓지 않았다. 최근 몇 년, 그녀는 이전의 방식을 과감히 내려놓고 새로운 교수법을 도입했다. 특히 올해는 그 변화가 결실을 맺는 해다. 아이들은 영어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고, 언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데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교육 현장에서의 변화는 분명 주목할 만한 성과다. 그러나 정작 내가 더 크게 감동한 것은, 그 과정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한 '교육자로서의 그녀'였다.
그녀는 더 이상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제 그녀는 학생들을 예술가처럼, 스스로 표현하고 창조하는 존재로 성장시켜주는 연출가가 되었다. 그 바탕에는 세 가지 뚜렷한 교육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 첫째, 영어가 두렵지 않도록 만드는 것. 언어는 시험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도구임을 몸으로 가르치는 것이다. 둘째,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성적이 아니라 가능성에 주목하는 시선이다. 셋째, 학생이 이해하고 따라올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빠른 결과보다 깊은 이해를 중시하는 교육자의 인내심이다.
이 세 가지 철학은 단지 이상이 아니다. 그녀는 이를 실제 교실 안에서 실현해내고 있다. 그것은 교육이 단순한 전달이 아닌 '관계'임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다. 그녀의 거인이 깨어난 것은, 더 나은 수업을 향한 욕심이 아니라, 더 나은 인간을 키우고 싶은 간절함에서 비롯되었다.
오늘 아침, 그녀는 또 다른 수업을 향해 나섰다. 그러나 나는 안다. 이제 그녀는 남다른 선생으로서의 하루를 살아갈 것이며, 매일 조금씩 또 다른 거인을 꺼낼 것이다. 교육이란 결국 사람을 깨우는 일이다. 그리고 그녀는 그 일을 해내고 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감히 말한다. 선생 한 명의 변화가 아이들 백 명을 바꾼다. 그리고 그 시작은, 자신 안의 거인을 꺼내는 데 있다. 학부모인 우리 모두가, 아이의 거인을 키워내기 위해 먼저 우리의 내면을 돌아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