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학기, 졸업을 앞둔 학생들과 진로 상담을 한다. 교수로서 마주하는 수많은 얼굴들, 그 속에는 늘 비슷한 고백이 담겨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단순한 망설임이 아니다. 그것은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 시대의 구조적 혼란이, 한 사람의 인생 경로 위에 고스란히 드리워진 풍경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명확히 알고, 그 분야의 인턴십이나 실습 기회를 부지런히 찾아 나서는 학생들. 하지만 그런 확신에 찬 목소리는 여전히 소수다. 대다수는 여전히 길을 잃은 채 불안의 바다를 떠다닌다. 이 두 그룹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나는 망설이는 학생들에게 말한다. "그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야." 진로를 고민하고 방황하는 것은, 결핍의 문제가 아니라 탐색의 증거다. 중고등학교 시절은 수능 중심의 입시 레일 위에 갇혀 있었고, 대학에 들어온 이후에도 자기 탐색을 위한 시간과 경험은 턱없이 부족했다. 겨우 몇 학기, 몇 년 안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기대는 애초에 무리한 전제다.
결국 진로란, 운명처럼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시간을 들여 '형성'해가는 것이다. 책 『어린 왕자』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네가 네 장미를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건, 그 꽃을 위해 네가 흘린 시간 때문이야." 진로도 마찬가지다. 애정을 쏟고 시간을 들일수록, 우리는 그 일을 더 사랑하게 된다.
직업도 결국 관계다. 누군가를 오래 바라보며 애써 다가가는 사랑처럼, 진로 역시 경험을 통해 점차 모습을 드러낸다.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정답을 아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작은 발걸음을 내딛는 용기다. 그것이 어떤 분야든, 조금씩 경험하고 부딪히는 과정 속에서 관심이 생기고, 관심은 애정을, 애정은 길을 만들어낸다.
그러므로 학생들에게 필요한 건 조급함이 아니라 인내다. 진로는 빨리 찾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나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나에게 맞는 일'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흘린 시간과 마음의 깊이에 따라 점점 나를 닮아간다.
교육은 바로 그 여정에 등불을 비추는 일이다. 부모와 교사, 그리고 사회는 그 여정의 동반자로서 기다려줄 줄 알아야 한다. 진로는 정답이 아니다. 그것은 질문의 연속이며, 삶을 통해 천천히 써 내려가는 나만의 '자기 서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