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_10,000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유퀴즈 재방송을 보게 되었다.
그날 초대 손님의 한 마디가 유독 귀에 깊이 박혔다.
“앞으로 1만 명의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그 말의 뿌리는 책 『1만 시간의 법칙』에 있었다.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나도 1만이라는 숫자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그리고 떠오른 꿈 하나.
브런치에 1만 편의 글을 올려보는 것.
하루 세 편씩 쓴다면 9년 남짓.
그래, 딱 10년 안에 이뤄보자.
거기에 1만 페이지의 책 읽기도 더했다.
단순한 목표가 아닌, 내 삶을 단련하는 방식으로.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오늘 이 글을 ‘1만 번째 글’이라고 상상하며 쓴다.
마치 그 긴 여정을 모두 마친 듯이.
종착점에서 거꾸로 첫걸음을 디디듯이.
“고생 많았어.”
그 말을 먼저 스스로에게 건넨다.
내가 쓴 1만 편의 글에는
열 권의 단행본이 있었고,
수많은 통찰과 질문과 울림이 있었다.
나는 그 글들 속에서 나를 이해하고,
나를 훈련하며, 인간다운 인간에 한 걸음씩 가까워졌다.
결국 나는 내가 닿고자 했던
‘위버멘쉬’에 이르렀다.
더는 바랄 것도, 이룰 것도 없는
조용하고 단단한 평온 속에 서 있다.
글쓰기란 그렇게 나를 완성해가는 일이었다.
이제 나는 자연의 질서처럼 살아갈 것이다.
조급하지도, 거창하지도 않게.
그러나 중심은 더욱 선명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