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_9994
갑작스러운 번개 여행이었다.
바다가 보고 싶다는 단순한 욕망 하나로 동해를 향해 무작정 차를 몰았다.
출발한 지 한 시간쯤 지났을까.
고속도로 위에서 습관처럼 휴게소에 들르려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늘 같은 패턴이 지겹다.’
그래서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대신 마음에 드는 카페에서 제대로 쉬기로 했다.
검색에 걸린 두 개의 카페.
처음 선택한 곳으로 향하다 다시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니,
두 번째 카페가 더 우리의 취향에 가까워 보였다.
망설임 없이 방향을 틀었다.
멀리서부터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심상치 않았다.
“괜찮다. 느낌 아니까.”
그 말이 절로 나왔다.
커피 한 잔과 소금빵, 그리고 책 몇 장.
작지만 완벽한 휴식이었다.
바로 이런 게 진짜 ‘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간단히 간식 사고, 화장실 들르고,
다시 무심하게 떠나는 쉼과는 결이 달랐다.
쉬는 방식에도 다양한 결이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상황이 허락할 때는 천천히, 사소한 여백 하나를 고르는 것도 삶의 방식이 된다.
이제 목적지인 구룡포까지는 약 40분.
국도를 달리는 중이었고,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졌다.
주유소도 없고, 마땅한 휴게 공간도 없어 편의점을 발견하고 들어섰다.
아이스크림을 고르고, 자연스럽게 물었다.
“화장실 좀 이용할 수 있을까요?”
돌아온 대답은 짧고 냉정했다.
“우리 그런 거 없어요.”
순간 얼어붙었다.
말투도, 태도도, 전혀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 같지 않았다.
조금 전 카페에서 느꼈던 따뜻함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차가운 현실이 뺨을 때렸다.
물론 그도 나름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마디 말, 한 번의 표정이 사람의 하루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우리는 종종 잊고 산다.
세상은 여전히 팍팍하다.
이런 경험조차 예외가 아니라 일상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래도 나는 바란다.
작은 친절 하나가 더 자연스러운 사회.
우연히 들어선 카페처럼, 누군가의 하루에 온기를 건네는 공간들이
더 많아지는 세상이 되기를.
그렇게, 다시 길을 나섰다.
조금 더 나은 풍경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