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_9991
“돈이 전부는 아니야. 하지만 필요하지.”
이것은 내가 오래도록 품어온 돈에 대한 철학이다.
돈을 좇는 삶은 어딘가 피로하다.
어느 순간, 방향보다 속도에 취해버린다.
그런데 막상 주변을 둘러보면,
돈이 많은 사람들이 다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내 눈에 보이는 건
풍요 속의 불안, 과시 속의 고독이다.
우리는 부자를 보면 ‘그들은 행복할 것’이라 추측한다.
하지만 그들의 일상 속으로,
마음의 방 안으로 들어가 본 적은 없다.
그러니 모든 부가 곧 행복이라는 전제는
허술한 상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오늘 아침, 돈에 대한 시선을 새롭게 열어주는 텍스트 하나를 만났다.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이다.
그는 인생을 크루즈와 뗏목에 비유했다.
“당신은 인천에서 제주까지 크루즈를 타고 유유히 갈 것인가,
아니면 뗏목을 스스로 만들고, 거친 바다를 노 저어 건너갈 것인가.”
버핏은 창업을 ‘뗏목’에,
주식투자를 ‘크루즈 티켓’에 비유했다.
스스로 모든 것을 감내하며 이룩하는 삶,
이미 잘 만들어진 시스템에 올라타는 삶.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의 말은 분명한 시사점을 준다.
돈을 번다는 것은, 때로는 기회를 타고 흐르는 일이라는 것.
이 글을 읽고 나니,
크루즈 티켓이 부러워졌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개미 투자자들은 과연 크루즈에 오르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저 표 한 장에 기대며 파도에 휘둘리는 건 아닐까.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단, 버핏의 철학에서 분명하게 느껴지는 한 가지는 있다.
그는 조급하지 않다.
돈을 쫓지 않고,
돈이 흘러올 타이밍을 기다리는 사람.
그 느긋한 여유와 확신이야말로
진짜 자산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오늘, 조용히 질문을 던진다.
내 인생의 크루즈 티켓은 무엇일까?
단지 주식 한 장이 아닌,
내가 올라탈 수 있는 의미 있는 항로.
부와 여유, 효율과 방향을 함께 품은
그 조용한 배 한 척은 어디서 떠나는 걸까?
그 배를 찾는 것이,
지금 내 삶에서 가장 긴요한 여정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