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홀로이되, 혼자가 아닌 사고

에피소드_9990

by 인또삐

바쁜 하루를 보내던 중, 문득

내 공간에 홀로 남겨진 순간이 있었다.
창밖은 여전히 흘러가고,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잘 살아내고 있는데,
나만 어딘가 끊긴 듯한 느낌.
그때 찾아온 감정은 이름을 붙이기 어려운, 묘한 외로움이었다.

이 감정을 견딜 수 없어
나의 베프에게 연락을 했다.
그 친구는 의외의 말을 꺼냈다.


“난 혼자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해. 그건 고립이 아니라 회복이야.”


그러고는 조용히 덧붙였다.
“넌 애정결핍이 좀 있어. 네가 사람을 좋아하는 성향이기도 하고.”

정곡을 찔린 기분이 들었지만,
사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게 혼자는 언제나 ‘결핍’의 상태였다.
아무리 좋은 시간을 보내도,
돌고 돌아 다시 마주하는 그 고요 앞에서
나는 늘 흔들렸다.

그런데 그 친구가 다음에 한 말이, 내 안의 무언가를 흔들었다.


“나는 혼자 있을 때 혼자라고 느끼지 않아.
그건 나 자신과 함께 있는 거거든.”


혼자가 아니라, 나라는 친구와 함께 있는 시간.
그 순간 내면의 목소리가 들리고,
무의식의 나와 마주하는 진짜 대화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 말은 마치 명상가 유발 하라리가 말하는 ‘의식의 관찰자’와도 닮아 있었다.
외로움 속에서 나를 멀찍이서 바라보는 시선,
그 시선이 ‘나’라는 존재를 객관화하고 동시에 치유하는 방식.

참 신기하다.
그 짧은 통화 후, 나는 이 글을 쓰고 있고,
지금은 평온하다.
외로움은 여전하지만,
그 외로움 안에 ‘나’라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공허함은 온기가 되었다.

우리는 모두 홀로인 순간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혼자라는 이유로 외로움에 잠식될 필요는 없다.
그 순간, 내 안에 또 하나의 나를 초대해 보자.
침묵 속에서 듣는 내면의 속삭임은
어쩌면 우리가 가장 오래 기다려온 대화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다음에 외로움이 찾아오거든,
잠시 나 자신과 나란히 앉아보자.
그 순간은 결핍이 아니라, 회복이 될 수 있다.
혼자가 아닌, ‘함께 있는 고요’로.

keyword
작가의 이전글크루즈 티켓과 뗏목 건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