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대만을 지키는 총알이 될 수 있을까?
대만의 미래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이것이다. 대만은 지금 'TSMC 이후의 세계'를 준비하고 있는가? TSMC가 글로벌화 전략을 가속화하면서, 이 질문은 점점 더 시급해지고 있다. 많은 대만인들은 "TSMC가 미국으로 나가면, 우리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공유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기우가 아니라, 대만의 존립과 직결된 현실적 고민이다.
TSMC의 글로벌 확장은 이제 현실이다. 애리조나의 400억 달러 투자 외에도, 일본 구마모토에 85억 달러 규모의 공장을 건설 중이며, 독일 드레스덴에는 110억 달러를 투자해 유럽 최초의 TSMC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이는 TSMC 회장이 말한 대로 "공급망 회복력(resilience) 강화"전략이다.
하지만 이 확장의 이면에는 더 복잡한 계산이 있다. 2021년 TSMC 연례 보고서에서 회사는 처음으로 "지정학적 긴장"을 주요 리스크로 명시했다. 이는 '대만 리스크'를 반영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2023년 보도에 따르면, 일부 TSMC 고위 임원들은 사석에서 "미국 정부의 압력이 글로벌 확장의 주요 요인"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 상무부는 TSMC에 "국가 안보를 위한 공급망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문제는, 이 움직임이 가져오는 안보적 딜레마다. TSMC가 대만 밖에서 더 많은 생산을 하게 되면, 대만은 더 이상 세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아니게 된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를 "실리콘 방패의 역설"이라고 불렀다. 대만이 더 안전해지기 위해 TSMC를 세계화할수록, 대만의 전략적 가치는 줄어든다는 것이다. 2023년 MIT 기술정책연구소의 한 보고서는 "TSMC의 글로벌 확장이 대만의 안보 보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리콘 실드는 약해지고, 군사적 억지력도 흐려진다. 그 공백은 어떻게 채워질까?
반도체는 총알이 아니다. 그러나 반도체 생산능력은 오늘날의 군사력, 경제력, 외교력을 결정짓는 자원이다. 대만은 그 자원을 통해 스스로를 지켜왔다.
현실을 살펴보자. 미국의 F-35 전투기 한 대에는 약 1,700개의 반도체가 사용된다. 현대 미사일 방어 시스템은 수천 개의 칩에 의존한다. 중국의 최신 군함인 055형 구축함의 레이더 시스템에도 고급 ASIC 칩이 필수적이다. 한마디로, 반도체 없이는 현대 전쟁이 불가능하다.
2020년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제재가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를 생각해보라. 중국의 기술 챔피언은 불과 몇 개월 만에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이는 반도체가 가진 전략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하지만 이제는 물어야 할 때다. "우리는 기술의 힘만으로 전쟁을 막을 수 있는가?" "실리콘 실드는 우리의 방패인가, 족쇄인가?"
대만 국립청화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반도체 의존성은 양날의 검"이다. 한편으로는 안보를 강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만이 글로벌 공급망의 '인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딜레마는 TSMC의 글로벌 확장이 가속화되면서 더욱 첨예해지고 있다. 일례로, 2022년 TSMC의 해외 투자액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대만 내 투자 증가율을 초과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10년 내에 TSMC의 첨단 생산 능력 상당 부분이 대만 밖에 위치하게 될 수 있다.
대만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국내 기술력의 유지, 국제사회와의 연대, 자위 능력 강화, 그리고 국민적 각성. 이 중 어느 하나도 빠질 수 없다.
대만 정부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대만의 국방예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으며, 특히 '비대칭 전력' 강화에 중점을 두는 추세다. 이는 중국과의 전면전이 아닌, 상륙 방어와 항공우주 거부 능력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다. 대만 정부는 "국가의 안보는 한 산업이나 한 국가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실리콘 실드'의 한계를 인정하는 동시에, 더 포괄적인 안보 전략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경제적으로는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시도도 진행 중이다. 대만 경제부는 2016년부터 시작된 바이오테크, 신재생 에너지, 스마트 기계, 국방 산업, 사물인터넷 등 '5+2 혁신 산업' 정책을 통해 경제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일 산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냉정한 현실은 여전히 존재한다. 중국의 군사력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미국의 개입 의지는 불확실하다. TSMC의 글로벌화는 대만의 전략적 가치를 점차 희석시키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누군가가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만으로는, 어느 방패도 오래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실리콘 실드가 빛났던 이유는 기술 때문이 아니라, 그 기술이 만든 세계의 균형이었고, 그 균형을 믿었던 사람들의 의지였다.
대만은 이제 더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해 있다. "반도체 이후의 대만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의 정체성과 생존은 무엇에 의존해야 하는가?" 이것은 단순한 산업 정책이나 국방 문제를 넘어, 국가의 존립과 직결된 질문이다. 우리는 그 균형 위에 살고 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유리처럼 얇은 평화 위에서.
대만의 미래는 실리콘 웨이퍼처럼 깨지기 쉽고, 동시에 그만큼 값지다. 기술은 우리에게 방패를 주었지만, 그 방패를 지키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의 의지와 준비에 달려있다. TSMC 이후의 세계를 준비하는 것, 그것이 대만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자, 가장 중요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