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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Kim May 07. 2022

2021년 2월, 3월 사우디에서 교수 생활

6개월쯤 되는 시기. 사우디 생활에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바쁜.

2021년 상반기에도 새로운 과목을 맡았다. 새로운 과목을 설계하고, 강의 자료를 작성하는 것은 늘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영어로 강의를 해야 하고, 강의 설계서에 학습 목표, Learning Outcomes에 맞춰서 강의 목차, 강의 내용, 학생들 과제, 시험 문제 등이 모두 매핑되어야 하기에, 더욱 쉽지는 않다. 하지만 1년 사이클을 돌고 나면 강의 파트는 조금은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기대하는 건, 이전 대학교에서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2021년 2월에는 학교에서 EndNote 세미나를 진행했다. 그리고 ITU에 강의해야 할 강의 계획서를 작성했다. ITU에 제공할 코스에 대한 설명과, 대상, 평가 방법 등을 작성하는데 2시간이 걸렸다. 보통 다른 일들은 초고속으로 잘 처리하는데, 영어로 무언가를 "써야 하는 일" 특히 "코스 개발 관련"은 3배속으로 느리게 업무를 하게 되는 것 같다. 한국에서 강의할 때와 다른 점은 강의 과목에 대한 Learning Outcomes를 매우 꼼꼼하게 작성해야 하고, 해당 Learning Outcomes를 평가하기 위한 방법도 잘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는 영국인 강사 두 명을 만났다. Bristol에서 살았다고 하며, 학생들 졸업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이야기 나눴다. 아랍 국가 교수들과 학생들과 영어로 이야기하다가 영국 본토 친구들과 영어로 이야기하니 역시 달랐다. 그리고 여전히 석사 과정 개발에 힘쓰고 있는 시기다.


아직 센터에는 교수로서는 나 혼자만 물리적으로 나와서 일하고 있는 상황이다. 토요일인 공휴일에 센터장은 오후에 긴급 미팅을 잡았다. 호주에서 곧 합류할 교수와, 젯다에 있는 센터장과 리야드에 있는 나, 이렇게 3명이서 온라인 미팅을 하면서 학생들 졸업 프로젝트 관련 미팅을 가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센터가 제대로 자리 잡기 전이다 보니, 미팅이 정말 많았고, 늘 긴급 미팅이, 주중 저녁, 주말 가릴 것 없이 많았다.

 

일을 하면서도 끌려다니면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닌, 할 일들을 미리 준비하고, 그중에서도 학교 관련된 일은 먼저 선제적으로 준비해서 대응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스트레스를 덜 받고, 일을 주도적으로 하게 되는 것 같다. 학교일이 바쁘지만, 그래도 교수로서 중요한 본분은 연구이기 때문에 연구논문 챙기는 것도 계속 신경 써야 한다.

2월에는 International Journal of Information Security에 논문 한편이 게재되었다.

2월 중하순에 호주에서 교수가 드디어 물리적으로 센터에 합류했다. 이제 센터 직원은 총 4명. 센터장, 호주 교수, 나, 그리고 인도 테크니션. 계속 교수진을 뽑기 위해 면접을 보고 있다.


아이들은 아직 Kindergarten에 다니고 있는데, 어디를 보낼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최종적으로 British International School에 보내기로 했다.


2022년 3월. 얼마 전 갑자기 타이어에 바람이 빠져서 수리 기사가 집에 와서 수리했는데, 운전 중에 또 타이어 공기압 경고등이 떠서 결국은 차를 현대차 서비스센터에 가서 맡겼다. 새로 온 호주 교수 이까마 등록을 위해 내 차를 타고 근처 Absher 기계가 있는 곳으로 갔는데 대기 줄이 너무 길었다. 결국 다른 날 하기로 하고 다시 학교로 왔다. 어제 수업 끝나고 센터장과 통화했는데, 중간고사 시험과 관련해서 계획이 너무 잘 조직화되어있다고 훌륭하다고 좋은 피드백을 해줬다. 사우디국방안보연구소에서 사람들이 오셔서 우리 센터 소개를 해줬다. 긴장했지만, 상상력을 바탕으로 잘 설명해드렸다. 학교에서는 43년 만에 학교 로고를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3월 3일 날 센터 미팅을 가졌는데, 센터장이 Supreme Meeting에서 우리 센터에 대한 설명을 했으며, 아랍 내무부 연맹 의장이신 사우디 내무부 장관께서 참석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대학교 총장님의 리드 하에 우리 센터를 공식적으로 출범하는 것에 대해 공식 결의를 받으셨다고 말했다. 이제 3월 3일 자로 우리 센터가 공식적인 총장 직속의 센터로 만들어진 것이다. 3월 중순에 공식적으로 학교 로고가 바뀌었고, 내 사무실 자리에도 새롭게 바뀐 학교 로고가 적힌 종이와 함께 화분도 갖다 놓아주셨다.


3월 16일 오전에 H 교수와 트레이닝 관련 미팅을 했다. 그리고 여러 이야기하다가 지금 살고 있는 쿼르도바 지역이 살기 좋다고 한다. 한국인 교수님도 이 동네에 살고 계신다. 그래서 다음에 이사 갈 일이 생기면 한번 이쪽으로 알아보기로 했다. 아직 코로나19 백신 여파가 있는데 입술이 붓도 코 부분도 염증이 있는지 좀 불편했다. 3월 18일. 은행 가서 Debit 카드도 새롭게 발급받았다. Platium으로. 4시쯤 은행에 갔는데 40여분 만에 모두 처리하고 카드를 새롭게 받았다.

LMS도 새로운 대학교 로고로 바뀌었다. 학교 사무실에 무선랜이 되지 않아서 IT 부서 친구에게 부탁했는데, 이 친구가 워싱턴에서 학부를 나왔고 5년 정도 워싱턴에 있다 왔다고 한다. 여기는 미국, 영국에서 학부나, 석박사를 하고 온 사람들이 꽤 많다.


이전 대학교 원장님이 공유해준 유투버 영상, 미샤 글레니, 해커를 고용하세요라는 TED 영상을 봤다. 그리고 학생 졸업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Human Trafficking is all around you. This is how it works 영상도 봤는데, 참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리고 How to combat modern slavery... 여러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배우고, 성장하고, 사회에 어떤 형태든지 영향을 주고 죽는다.

좋은 것을 배우면, 좋은 사회에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세상에 환원하고 다시 무로 돌아간다.

나쁜 것을 배우면, 나쁜 사회에서 나쁜 영향력을 세상에 환원하고 다시 무로 돌아간다.

그래서 배움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배우는 도구로는 주변의 사람, 그리고 주변에서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의 경험과 지식과 지혜가 담긴 책, 그리고 스스로의 생각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 지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사람과 책을 접해야 한다.


3월 말에 학교에서 공지가 왔다. 4월 15일까지 모든 수업을 마쳐야 하고, 실기 시험은 4월 11일에서 4월 15일 사이에 끝내라고 한다. 왕명에 따라 Eid-holiday 이전에 모든 학기 과정을 끝내라고 했기 때문에 갑자기 바빠졌다. 3월 30일, UNODC에서 진행하는 공식 총회에, International Expert Group에 nominated 되었다. 우리 학교가 Observer로 참여하는 총회에 우리 학교에서 총 3명이 참석하는데, 내가 초대되었다. 그리고 INTERPOL과 같이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사이버범죄 예방 보고서 작성 프로젝트 팀에 멤버로 초대되었다. 사우디 정보기관, ITU 대상으로 4월 초부터 강의가 있다. 내가 예전부터 원하던, 꿈에 그리던 국제기구들과의 협력과, 국제적인 전문가 활동을 하고 싶었는데, 신기하고, 감사하게도 그런 기회가 주어졌다. 열심히 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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