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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기련 무소주부 May 22. 2023

지금의 남편을 만나러 여자 혼자 서울->진주행&첫뽀뽀~

내 남편 탐구 생활 54화

2002년 4월 24일에 지금의 남편을 서울에서 만나 사귀게 되고 며칠 뒤 남편이 다시 경상남도 진주에 내려가게 되었다.


그 후 내 첫 진주행은 월드컵 경기가 열렸던 2002년 6월 말이었다.


그 사이 남편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서 서울에 딱 한번 밖에 올 수가 없었다. 


너무나 보고싶은데... 멀리 떨어져 볼 수 없는 남편이 너무 그리워서, 난 우리나라 월드컵 마지막 경기인 터키전을 같이 보기로 맘 먹고 엄마께 진주에 다녀오겠노라 말씀을 드렸다. 


역시나 엄마의 거센 반발... 그 먼 천리 길을 어떻게 가려 하냐고... 


결국 난 아버지께 간곡히 부탁드렸다. 아빠 엄마도 아빠께서 대학교 방학으로 지방 집에 내려가 계실 때 그리워하지 않으셨냐고... 


드디어 아빠께서 허락을 해주셨고 엄마한테 다녀오게 하자며 엄마를 설득해 주셨다. 엄마는 마지못해 허락을 하셨다. 


진주에 내려가기 전날, 저녁 식사를 밖에서 먹게 되었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엄마께서 "진주라 천리길을~"이라는 노래를 부르시며 "내 딸이 그 길을 가는구나!!"하시는데 웃음이 나왔다~ 


다음날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난 남부고속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가는 내내 설레였다!! 얼마만에 보게 되는 남편인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 피곤할 법도 했는데 잠도 오지 않았다. 


남편에게 얘기 들었던, 진주에 오갈 땐 '금산 인삼랜드'라는 휴게소에서 쉰다고 하던데 정말 거기서 정차하니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남편도 여기에 있었겠구나... 


내가 서울을 떠나 가본 곳 중에 아마도 최고로 먼 곳이 그 당시엔 진주가 아니었나 싶다. 


다시 달려 드디어 진주 도착~ 남편이 차를 갖고 날 마중나와 있었다. 거의 한 달만에 보는 남편이 내겐 꿈만 같이 느껴졌다~ 


남편은 내게 진주의 명소들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논개 바위, 진주시청, 진양호 등등등... 


그런데...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탄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난폭운전을 할 줄이야!! 코너링을 할 때에는 조수석 위에 있는 손잡이를 잡아야만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때 남편은 아마도 내가 와서 엔돌핀이 올라 신이 나서 그런 것 같다고 한다. ㅋㅋ~) 


* 연관 포스팅 보러가기 : https://brunch.co.kr/@af414d9aef7b470/29


그렇게 진주를 둘러보고... 진양호에 들러 커피숍에서 함께 팥빙수도 먹고 노래방도 같이 갔다가... 남편의 진주 친구들을 만나러 '수'라는 로바다야끼에 가게 되었다. 


남편이 자주 가는 술집이라 자주 얘길 들었었는데 기본 안주가 정말로 많이 나왔다. 무려 18가지...


그렇게 술집에서 남편이 친구들에게 날 소개하고... 잠시 후 월드컵 경기가 시작되었다. 


난 솔직히 남편을 보느라 경기를 제대로 못보고 중간중간 골 넣었을 때만 본 것 같다. 시간이 지나가는 게 너무도 슬프게 느껴졌다. 


술집을 나온 뒤 난 남편과 단 둘이 있고 싶었지만 우린 친구들과 함께 또!! 노래방으로 갔다. ㅡㅡ^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 남편은 좋았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난 언니 플루트 소리에 취미로 성악을 한 오빠의 발성 연습 소리를 듣고 자랐기에, 음악에 질린 나로선 음악은 내가 원하는 때에만 듣고 싶어 해서 그 사실을 몰랐던 남편에게 서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럭저럭 노래방을 나오니 버스탈 시간이 거의 다 되어 남편과 난 터미널 근처에 있는 진주 전문 간호대학교에서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남편이 "잠깐만 눈 감아줄 수 있겠어?"라고 하길래 눈을 감긴 했지만... '어? 설마 벌써 키스를 하려는 건가? 너무 이른데...'하고 불안해 하고 있었더니... 


남편은 조용히 내 이마에 입을 맞춰주었다!! 


아... 감동이 밀려왔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께 이마 키스는 '존중'을 의미한다는 말씀을 들었기에 난 '남편이 날 많이 아껴주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행복하기 그지 없었다~ 


막차 시간이 되어서 나는 버스에 올라탔고... 창 밖에서 배웅해 주는 남편을 보자니 마음이 너무나도 아파왔다. 그래요... 우리 각자 성실히 지내다 좋은 모습으로 다시 만나요... ㅠㅠ 


한 달 뒤 남편이 서울로 올라와 정착을 하게 되었고... 이제 원없이 남편을 보게 된 나는 소원성취를 했다~ 


며칠 전에 남편의 친한 형님의 아버님 부고 소식을 받고 당일치기로 진주에 다녀왔지만 아무데도 들리지 못하고 문상만 드리고 그냥 올라왔더니 아쉬운 마음이 크다... 


허냐~ 언젠가 다시 진주에 가볼 날이 있겠죠? ^^*


* 연관 포스팅 보러가기 : https://brunch.co.kr/@af414d9aef7b47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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