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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탄, 인생 첫 플스방 방문기, 꽃선물 in 포차~

2023. 3. 12. 비오는 일요일에~

어제는 돼지 막창구이 대신 이삭 토스트를 맛있게 먹고 '돈쭐내러 왔습니다'를 보다가 11시에 일찍 뻗었다.

오늘은 플스방에 가기로 예정된 날인데 비도 오고 컨디션도 좋지 않아서 상황을 보고 판단을 해봐야겠다.


6시반에 일어나 7시반에 와이프를 깨워서 사과와 바나나를 안주 삼아 1차전 개시하며 일요일 하루를 시작해본다.


일요일에 내가 와이프 깨우는 방법은 꽤나 간단하다.


7시반, 핸드폰으로 온라인 예배를 크게 틀어놓으면 끝이다.


막 잠에서 깬 마누라가 내 눈엔 새끼 고양이 마냥 귀엽기만 하고 누가 마흔 일곱으로 볼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나는 참 복도 많은 놈이라는 생각이 든다.)



목사님 말씀을 듣다가 와이프에게 "당신도 부모님께 낳아달라고 한 적 없는데 왜 나를 낳으셨는지 물어본 적이 있었냐"고 물었더니 그랬었다고 한다.

그리고 부모님께 "네가 얼마나 귀한 딸인데 그런 말을 하느냐"고 한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며 나를 만나 나의 수호자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입니다.


(우리는 Soul  mate..)


'내가 당신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나는 아마 생각하기도 싫은 삶을 살고 있겠지..'



9시, 돼지 막창구이로 본격적인 2차전을 개시했다.



1시반, 처가댁 부모님들께서 오셔서 깍두기를 가져다 주셨고 2시에 집근처 플스방에 찾아갔는데 문이 닫혀 있어서 사장님께 전화를 해보니 금방 오신다고 해서 기다렸다.

잠시 기다렸다가 47년만에 처음 찾아 본 플스방은 모든게 낯설기만 하였고 그나마 레이싱 게임이 쉬어 보여 조금 해보다가 총쏘는 게임을 하려고 자리를 이동했더니 뭐가 뭔지 도무지 모르겠다~!!


1시간반 동안 25,000원만 날리고 우리 부부의 인생에서 한번 경험해 본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내 두번 다시는 플스방 따윈 찾아가지 않으리..'



와이프가 밖에서 호프 한잔하고 싶다고 하여 포차에 가서 3차로 생맥주 2,000cc와 깐풍 닭근위 하나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잠시 혼자 나가 건너편 꽃집에서 빨간 장미꽃 한송이 사와 무심한 듯 시크하게 건네주었다.

가끔은 아무런 기념일이 아니더라도 꽃을 선물해 주면 좋아할 것이다.


"아나~ 오다 주었다~"


"어머.. 너무 좋아요~ 그렇잖아도 요즘 빨간 장미꽃 받고 싶었는데.."


"나, 오빠야~~"


(내가 동갑인 와이프보다 생일이 16일이나 빨라서 오빠 소리를 듣고 산다.)



집에 돌아오니 5시반, 계란찜과 오징어 버터구이로 4차전 개시했고 와이프가 집에서 패션쇼를 하고 있다.

누가 내 마누라를 마흔 일곱으로 볼 수 있을까? 아까 플스방에서 우리보다 한참이나 어려 보이는 사장님이 와이프를 보고 '여자친구분께서는..'이라고 하셨는데 도대체 우리를 몇살로 보셨던 것이었을까?


'이보게~ 우리 21년째 같이 살고 있는 부부일세~'


(암튼 주위에서 나름 동안 소리를 듣고 사는 우리 부부이다.)



7~9시반까지 같이 한숨 자고 일어나 계란찜으로 마무리 5차전을 해본다.

와이프가 많이 취해서 내게 되지도 않는 성질을 부리길래 잠시 주차장 차안에서 쉬었다 올라가서 잘 풀어놓고 함께 몇잔 더 마시다가 기절을 하였다.


주말 동안 술을 왕창 마셨으니 내일은 둘다 술병 나서 고생 좀 할 예정이다.



p.s. 주말 잘 보내셨는지요? 당신이 남편이라면 와이프에게 마지막으로 언제 꽃을 선물해 주었는지 생각해보고 좀 오래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그냥 오늘 퇴근길에 장미꽃 한송이 사다주면 좋겠습니다~^^


* 연관글 보러가기 : https://brunch.co.kr/@af414d9aef7b47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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