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술병중에도 오이Day엔 오이소주를~

2023.5.2. 우리 부부는 술병과 함께 5월을 시작..

월요일인 오늘, 6시도 안되서 눈이 떠졌다.


길었던 연휴가 끝났지만 화수목 3일만 출근하면 금요일은 어린이날로 하루 더 쉴 수가 있고 2주 동안 연달아 맞이하는 연휴가 곧 찾아온다.


연휴동안 그렇게 술 좀 적당히 마시자 해놓고도 지난 3일간 어마무시하게 퍼 마셔서 또 술병이 났다~!!


냉장고에 잔뜩 쌓아둔 숙취해소제를 하나 꺼내 먹어도 속쓰림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 팔자가 이렇지 뭐~ 누구 탓을 하겠는가~'


와이프가 살짝 깨서 푹 더 자라고 해놓고 출근 준비를 하였다.


연휴 동안 먹다 남은 김밥 2조각으로 아침 식사를 떼우고 7시에 집을 나섰는데 이른 시간에도 무슨 차가 이렇게나 많은건지..


월드컵 대교에 올라서자마자 막히기 시작해서 건너편으로 내려올 때까지 꽉 막혀 있으니 차라리 걸어서 건너가는게 빠를 듯 하다.


(출근길 운전중..)



8시에 회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차안에서 블로그도 쓰며 30분정도 쉬었다가 들어가보기로 했다.


아무도 없는 어두컴컴한 이 공간에서 나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는 것을 나는 참 좋아하며, 9시 출근인데 내가 일찍 오는건 일을 더 하기 위함이 아니라 좀 더 충전을 하고 들어가기 위함이다.


그리고 늦게 나오면 차들이 더 막히기 때문인데 이제는 빨리 나와도 막히는건 마찬가지가 되어간다.




8시반에 사무실로 올라가서 오늘의 일과를 시작해본다.


(오전 업무중..)


먼저 사장님과 둘이서 오늘의 업무 계획을 세우고 디자인팀, 개발팀 순으로 회의를 마치고 나니 10시반.. 주말 동안 쌓인 메일들을 정리하고 전화 업무들을 처리하며 견적서를 몇개 보내고 나니 12시 점심 시간이 되었다.


내가 해야 할 주업무는 입찰 준비인데 아직 잉크도 바르지 못한 채로..



3분 카레에 밥을 대강 비벼 먹고 차에 내려가 쉬면서 와이프에게 전화를 했더니 자다가 전화를 받고는 헤롱 모드이다.


"마눌~ 죽으면 안돼~!!"


"@♡@/"


연휴 동안 둘다 술병이 나버린 불쌍한 우리 부부이다.


"정신 차리고 이따 3시 20분에 택시타고 병원 잘 다녀 오시구려~"


"'네에~~"


"전화 끊고 한숨 더 자라~"


"싫어요, 전화할 거예요~"


"그래라~"


"^^♡"


'오이데이'인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오이소주'를 조금만 마시고 일찍 자봐야겠다.


그것만이 둘다 사는 길이므로~




1시,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서 오후 일과를 시작해본다.


2~3시에는 제약회사 담당자들과 시스템 개발중인 진행사항 관련 줌미팅이 있고 내일 2시에는 또다른 제약회사에 나혼자 찾아가서 담당자들과 미팅이 있어서 오늘 준비를 해놔야 한다.


'이래저래 바쁜 하루다..'


2시, 미팅이 시작되어 내가 먼저 인사를 드리고 개요 설명을 한 후에 실무 회의는 함께 들어간 황대리에게 키를 넘겨 주었다.


사실 실무 회의는 내가 함께 진행할 필요가 없지만 업체 팀장님이 변경이 되어서 얼굴 도장을 찍어 놓기 위해 참석하고 있는 것이다.


3시에 줌미팅을 마치고 내가 일을 할 시간도 '-1시간'이 차감되었다.




4시반에 와이프에게 전화를 하면서 브레이크 타임을 가졌다.


"모르겠다.. 나부터 살아야겠으니 오늘은 무조건 일찍 마치고 갈거다.."


"빨리 와용~^0^/"


내일 PT할 제안서 80장과 부가서비스 10장을 프린트 해놨으니 이만하면 됐다.


지난 주에 견적서 보내준 업체에서 내일 아침에 우리 사무실로 와서 상담을 받기로 했으니 내일도 하루가 빨리 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 저녁엔 우리 부부가 지난 3일동안 다 먹지 못하고 남은 해물탕과 샐러드를 함께 먹기로 하였다.


지난 주 토요일에 이마트에서 23,900원 주고 사와서 둘이서 4일동안 먹고 있는 중이라 가성비 갑이다~


물론 우리 부부가 둘다 소식러이고 집에 남은 재료들을 추가해서 먹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오늘은 입찰 준비를 포기한다.."


부랴부랴 업무를 정리하고 6시반에 퇴근해서 와이프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런데 이런.. 또 자고 있다~!!


아무래도 연휴 때 너무 무리를 한게 아닌가 싶어서 더 자라고 하고 2/3쯤 가다가 다시 전화를 해주기로 했다.


어제 장모님께서 생신이셔서 와이프와 통화하면서 나눴던 얘기가 떠오른다..


자식이 없는 우리 부부에게 '쉰둥이'도 있으니 아직 포기하지 말라고 시길래 "와이프가 지금 임신하면 이 사람도 죽고.. 애도 죽고.. 그럼 저도 죽는다"라며 절대로 안된다고 말씀을 잘 전해드렸다.


이쯤되면 이제는 그만 포기하실 때도 되셨는데..


"장모님, 우리 올해 마흔일곱살이에요~ 살려주세요~ ㅜㅜ"


(쓸쓸하게 퇴근길 운전중.. 오늘도 도로가 많이 막힌다..)




7시반, 집근처에 거의 다 와서 와이프에게 전화를 해서 잠을 깨우고 해물탕에 냉동실에서 동태알과 가리비를 더 넣어서 저녁 한상을 준비해놓으라고 일러두었다.


아직도 헤롱ing중인 마누라다..



7시 40분에 집으로 돌아오니 근사한 저녁 한상이 완성되었고 집에 있는 재료들을 조금 더 넣었더니 이건 뭐 새 제품이 된 것 같다..


저멀리 '지중해'를 바라보며 여유롭게 식사를 하였고 이번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은 추가 재료로 리필을 하지 말자고 하였다.


입이 짧은 나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몇번 못 먹고 금새 질려서 더 먹지를 못한다.


이런 나 때문에 마누라가 고생을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어쩌겠는가.. 와이프는 장인어른 닮은 사람과 결혼을 꿈꿨고 나는 장인어른과 똑같은 사람인 것을..


"나를 탓하지 말게나~ 자네의 기도가 잘못된 세~"


"!!♡#@%&×※¿"


8시반, 해물탕이 슬슬 입에 물릴 때쯤 와이프가 내게 제안을 했다.


"깍두기 갖다 줄까요?"


"와방 좋아~!!"


"같이 21년동안 살다보면 최소한 이 정도는 맞아줘야죠~"


"격하게 사랑한다~^^♡"


아주 척하면 척이다..


부부간에 죽이 잘 맞으면 그만큼 잘 살 수가 있는 것이고.. 부부간에 죽이 잘 맞지 않으면 그만큼 잘 살 수가 없는 일이라는 것을 나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나의 부모님이 그랬다.. 서로 너무나도 맞지 않는 두분이 아들 둘을 낳고 사시다가 결국 이혼을 하시고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으니..


이제는 부를 수도 없는 그 이름.. 아버지..


그런 우리 아버지께서 애교가 없는 어머니에 비해 애교가 있는 나의 와이프를 끔찍히도 좋아해주셨다.


우리 어머니께서 평생 교회에 다니지 못하게 반대를 하시고 성경책을 다 삶아버릴 정도로 끔찍히 싫어하신 나의 아버지께서 기독교 서점에 가셔서 당신의 손으로 최고급 성경책을 사서 와이프에게 건네줬을 정도면 사실 말은 다 한 것이다.


그리고 평생 입버릇처럼 말씀하신 것이 있다.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인 네 엄마가 없으면 나는 죽을 것이다."라고..


내가 해야 할 일은 아버지가 못 다 이룬 꿈인 '백년해로'를 하는 것이고 이는 와이프와 함께 무난하게 잘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9시, 슬슬 정리하고 10시쯤에는 같이 자봐야겠다.


세상에 어느 누구도 문제 하나 없는 사람이 없고 힘든 일 하나 없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다만 내가 그것을 감당하고 이겨낼 수가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당신은 지금 아무리 힘들더라도 그것을 충분히 감당하고 이겨낼 수가 있는 사람이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거의 백만년만에 내가 손수 '볶음밥'을 만들어 봤고 와이프도 한숟가락 먹더니 맛있다고 한다.


맛있을 수 밖에 없는 조합을 넣었으니 맛이 있을 수 밖에..


"마이무라~!!"


"♡~"


아무튼 우리 부부는 오늘도 하루만큼 서로 사랑하며 행복했으니 이걸로 된 것이다~^^



p.s. 힘든 월요일 하루..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일터에서 많이 힘들었더라도 집에 와서는 가족들과 함께 오늘도 하루만큼 서로 사랑하며 행복한 하루 보내셨길 바랍니다~^^


(Like u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