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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행사, 인천 큰삼촌댁~교회~처가댁~일산어머니댁

2023.5.7. 행사를 마치고 오는 길에 자동차 접촉사고를 당하다..

일요일인 오늘, 새벽 4시에 잠이 깨버린 우리 부부..


"한잔하고 잘까?"


"콜~!!"


쉬는 날에 자고 싶으면 자고~ 일어나고 싶으면 일어나고~


자식이 없는 우리 부부의 흔한 주말 아침 풍경이다..


그렇게 둘다 일어나서는 상을 차리고 나는 치킨무와 쿠키로, 와이프는 사과 1/4조각 가져와서 1차전을 시작했다.


시작이 좋은 일요일이고 오늘은 하루종일 어버이날 행사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정신이 없을 예정이다.


게다가 우리 부부는 오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접촉 사고까지 당하게 된다..



대략 두시간 동안 담소를 나누며 먹다가 6시에 다시 잠을 청했고 눈을 떠보니 9시가 넘었다.


어제 미리 꽃집에 들러 카네이션을 사두는 것을 둘다 깜빡해서 자고 일어나자마자 동네 꽃집에 전화를 했더니 어버이날 특수를 노리고 일요일인 5/7일 오늘도 영업중이라고 한다.


"꽃집이 문을 열어 다행이네요~^^"


"휴우~~"


둘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꽃집이 문을 닫았더라도 편의점이나 다른 곳에서도 살 수는 있겠지만 단골 꽃집에 가면 좀 더 훌륭한 퀄리티의 카네이션을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가 있다.


오늘 우리 부부의 미션은 인천 큰삼촌댁~집~교회~처가댁~일산 어머니댁에 돌아다니며 어버이날 행사를 치르고 돌아 올 예정이다.



와이프가 꽃단장을 마치고 10시, 집에서 나와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오기 전에 살았던 동네의 단골 꽃가게에 들러 사장님과 흥정을 시작했다.


내가 워낙 흥정을 잘 하다보니 와이프는 나에게만 맡기고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는다.. -_-;


"카네이션 꽃다발 얼마에요?"


"이건 만원~ 이건 만삼천원~ 이건 만오천원~"


양가집에 하나씩(두개), 큰삼촌께는 코사지를 하나 해야 하는데 만오천원짜린 좀 비싸고 그렇다고 만원짜린 좀 싼티가 난다.


"만삼천원짜리 두개 할테니 하나당 만이천원에 합시다~^^"


"단골이시니까 그렇게 해줄게요~^^;"


"코사지도 하나 주시고 향수도 뿌려 주세요~"


"자~ 다 합쳐서 29,000원~"


분명 작년엔 카네이션 꽃다발 두개를 만원에 샀는데 그새 꽃 가격도 많이 오른 모양이다.


5,000원짜리 코사지는 서비스로 해달라고 할까.. 하다가 그건 좀 너무 심한 것 같아서 참았다.


'하긴, 작년 물가와 올해 물가를 비교하면 안되겠지..'



그렇게 우린 꽃집에서 나와 은행에 들러 용돈을 드리기 위해 현금을 찾았고 인천 부평에 계신 큰삼촌댁으로 출발하였다.


그저께 어린이날 비가 와서 못간 나들이를 오늘 다들 나온 것인가.. 싶을 정도로 차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고 도로 곳곳이 정체되어 있었다.


경인고속도로~웅진플레이도시를 지나 목적지에 도착하니 11시가 훌쩍 넘었고 이건 뭐 도착하자마자 일어나야 할 판이다.


올해 81세인 큰삼촌께서는 여태껏 단 한번도 결혼을 하지 않아 자식도 없으셔서 우리 부부가 한번씩 찾아 뵙지 않으면 달리 찾아주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외로우신 분이다.


내가 어린이 시절.. 그렇게도 무서워 했던 큰삼촌이 이제는 나와 친구 비슷한 그 무언가가 되었다.


마치 여자들이 결혼하고 애낳고 살다가 나이가 들어서 엄마와 친구처럼 지내듯이 말이다.


저울이 있어서 간만에 몸무게를 재보니 62kg.. 그것도 옷을 다 입고 쟀는데도 이렇다.


'187cm 키에 이건 좀 아니지 싶다..'


삼촌께 코사지와 용돈을 전해드린 뒤 30분정도 담소를 나누며 아쉽지만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


마지막에 삼촌을 꼭 끌어안고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 했더니 눈물이 살짝 글썽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다음 일정으로 너무 빨리 떠나야 하는 마음이 괴롭기만 하다.


"삼촌,  지내시고 추석 즈음에 다시 찾아 뵐께요~^^"


"그래, 너희들 고맙고 사랑한다~"


그리고.. 삼촌댁 바로 건너편, 인천 가족공원 납골당에 쉬고 계신 아버님께는 올해 구정에 가서 인사를 드리고 왔으니 추석 전후로 다시 찾아뵙기로 하였다.


늦어도 1시까지는 집근처 교회에 도착해야 하니 서둘러 길을 나섰다.



경인고속도로를 한참 달려서 이제 막 오류IC로 빠져나가려는 찰나..


"쿵~!!"


뒤에서 따라오던 트럭이 우리 차를 들이 받았다.


"아놔.. 이 사람이.."


즉시 깜빡이를 켜고 그 자리에서 차를 세워놓고 내려서 뒷 트럭에서 내려 나에게 사과를 하는 운전자에게 한마디 하였다.


바빠 죽겠는데 뒤에서 차를 받으면 어떻게 하시냐고.. 졸음 운전 한거냐고 물었더니 그런 것 같다며 죄송하다고 한다.


바쁘니 일단 사진을 찍고 명함을 받아 전화를 걸어서 본인 폰이 맞는지 확인하고 나서 정비를 받은 후 이상이 있으면 다시 연락을 고 받기로 했다.


끝으로 운전 조심하라는 말을 남기고 다시 차에 탔는데 아직도 분이 삭히지 않았지만 처음 겪은 사고에 많이 놀랐을 와이프를 달래며.. 또 짜증을 내며.. 그 자리를 떠났다.



사고로 인해 1시까지 도착해야 할 교회에 1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는데 다행히 아직 예배중이었고 잠시 후 예배가 끝나서 처가댁 부모님들을 만나 뵙고 카네이션 바구니를 건네며 인사를 드렸다.


"어버이날 축하드려요~ 그리고 이렇게 이쁜 딸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네가 잘 해주어 참 고맙네~"


결혼 했다면 양가 부모님들께 어버이날 이렇게 인사를 드리면 참 좋아 하시니 한번 해보길 권한다.


물론 처음이라 어색할 수는 있겠지만 두번, 세번째는 일도 아니다.


(원래 오늘 처가댁에 가서 저녁 식사를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처남 형님께서 지독하게 감기가 걸려서 부득이 다음 주말로 연기가 되었다.)


교회 6층 스카이라운지에 올라갔는데 아쉽게도 오늘은 어버이날 잔치로 와이프가 좋아하는 국수가 아닌 미역국이 나와서 우리 부부는 그냥 천원만 내고 둘이서 미역국 한그릇으로 같이 식사를 하였다.


(소식러인 우리 부부는 조차 다 먹지 못하고 1/3은 남겼..)


그렇게 처가댁 부모님들과 담소를 마친 후 우리 부부는 다시 일산으로 향했다 .



2시가 조금 넘어 일산 어머니댁 근처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세차를 한 뒤 부모님댁으로 향했다.


p.s. 분명히 일기예보에서는 향후 열흘간 비소식이 없을 거라고 했으니 내 두고 보마..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더니 다행히 두분께서도 방금 점심 식사를 마치셨다고 하셨고 도착해서 카네이션과 용돈을 전해드린 후 커피와 다과를 나누며 담소를 나누었다.


'자율신경 실조증'이란 불치병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어머니께서 비록 지금 감기로 고생중이지만 예전보다 기력이 좋아져서 다행이다.


(참고로 나의 아버지께서는 2019년에 돌아가셨고 이후 어머니는 재혼을 하셨고 나는 그 분께 차마 아버지 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내가 만들어낸 '모부님=어머니의 남편'이라는 존칭으로 불러 드리고 있다.)


그렇게 두시간 동안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이제는 돌아가 보겠다고 했더니 이것저것 가져가라고 챙겨주셔서 양손 무겁게 집으로 향했다.




집근처 마트에 들러 생오겹살 8,500원치와 일용할 술들을 사서 집으로 들어오니 5시가 되었고 생오겹살을 구워 어머니가 직접 농사를 지은 각종 쌈채소와 함께 먹으니 맛이 기가 막힌다.


(쌈채소를 직접 길러 먹다보면 밖에서 사먹는게 맛이 없을 수 있으니 주의요망~)


오늘 이 시간이 되도록 제대로 술한잔을 못했는데 이제 행사를 다 마쳤으니 편히 쉬면서 본격적으로 마셔보기로 했다.


저질 체력으로 이제 곧 50줄을 바라보는 나이에 하루 세탕을 뛰다보니 정말 힘들게 보낸 하루였다.


중간에 사고도 당했고..


생오겹살은 절반만 먹고도 배가 불러서 가벼운 음식들로 교체를 했고 와이프는 지난 주말에 사온 광어회+보리숭어회를 다 먹어 치웠다.


"생오겹살 8,500원치도 한번에 다 먹질 못하다니~!!"


이러면서 살을 찌우길 바라는 것은 무리이겠지 싶다..




와이프가 장모님께 전화를 해서 한참 통화를 하는 사이에 블로그를 써놓고 9시가 넘어 굴소스를 곁들인 송화버섯 구이로 3차전을 치뤘다.


남은 샌드위치는 내일 아침 식사로.. 남은 오겹살은 내일 점심에 삭힌홍어&두부와 함께 삼합으로 먹기로 하였다.


'햄버거도 반이 남고 오코노미야끼도 반이 남았는데 우리 부부는 둘이서 이것들을 도대체 언제쯤 다 먹을 수 있을지 심히 의문스럽다..'


11시에 와이프가 먼저 뻗어 버렸고 나도 12시까지 버텨보다가 장렬하게 전사하였다.


"먼저 잘게요~♡"


"오늘 고생 많았다, 마눌.. 푹 자요~^^♡"



금요일인 어린이날엔 비가 많이 왔고.. 월요일인 어버이날까지 이번 주말에 치르시느라 연휴 동안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우리 부부는 자식이 없어서 양가 부모님들만 챙기면 되지만 자식에 부모님까지 챙겨야 하는 분들은 우리보다 곱절 이상 힘들었겠지요..


이 시대의 젊은 부부들을 응원합니다~


힘내시고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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