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기련 무소주부 Aug 07. 2023

나에겐 아버지라 부를 수 없는 두분의 아버지가 계신다.

14화, 2022. 5. 8. 어버이날을 보내며..

나에겐 (아버지라 부를 수 없는) 두분의 아버지께서 계신다. 


2018년, 나의 친아버지셨던 분은 어머니와 이혼을 한 후 1년만에 길거리에서 객사로 돌아가셨다. 

사인은 당뇨 합병증으로 인해 손도 델 수 없을 정도로 신장이 망가져 투석을 받으시려다 숨이 끊어지셨다. 


칠순을 얼마 남기지 않은 채.. 


인천에서 홀로 사신 아버지의 집을 정리하러 갔던 자리에서 김치 한조각 들어있지 않은 냉장고를 열어보시던 어머니께서는 오열을 하셨다. 


어머니를 너무나도 사랑하셨던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와 성격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어머니.. 


'당신이 내 곁을 떠나간다면 나는 죽을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던 아버지께서는 어머니와의 마지막 약속까지 그렇게 다 지켜주셨고.. 나는 이제 더이상 아버지를 부를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기신 말씀은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했는데.."였다.


......


몇년 뒤 어머니께선 어릴적 첫 직장을 다닐 때 첫사랑과 우연히 만나 재혼을 하게 되었다. 


당시 다 죽어가던 어머니를 살게 해주신 감사한 분이신데.. 정말 희안한 일은 죽어도 내 입에서 '아버지'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저씨'라 부르기에도 애매해서 '어머니의 남편'이란 뜻으로 당분간은 '모부님'이란 호칭을 사용하기로 했다.

(거꾸로 하면 '부모님'도 되니 나름 일리는 있다.) 


워낙 넉살이 좋은 나의 남동생은 바로 '아버지'라 불러드리고 있는데 나에게는 이것이 참으로 쉽지가 않은 일이다. 


모든 일은 시간이 약이다..


언젠가 나도 편하게 '아버지' 소리가 나올 날이 있..을까?




2022. 5. 8. 어버이날을 보내며..


마누라와 함께 일찍 일어나서 7시반에 온라인 1부 예배를 보면서 일요일을 시작한다.


오늘 아침에는 양가 부모님댁 음식 준비를 해서 점심에는 우리 부모님댁으로, 저녁에는 처가댁으로 가서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코스이다.


예배를 마치고 마누라는 음식 준비를, 나는 장을 봐올겸 꽃집에 들러 양가 부모님댁에 드릴 카네이션을 사들고 왔다.


조금 더 센스를 발휘해서 2+1으로 마누라를 위한 장미꽃을 하나 더 준비했다.

(단골인 꽃집 사장님께서 예쁜 꽃병도 하나 선물로 주셨다.)


"오늘 어버이날인데 나는 왜 사줘요? 어머~ 너무 이쁘고 향도 진하네요~"


"넣어둬~ 나도 당신에게 큰아들이지 않소~"


자식이 없는 우리 부부이지만 현모양처가 꿈이었던 마누라를 위해 내가 '큰아들'로서 주는 선물이다.

그렇게 마누라 기분이는 '+1' 되었고.. 역시 여자는 남자하기 나름인 것이다.



2시쯤 어머니 댁으로 남동생네 부부가 애들을 데리고 온다고 하기에 시간 맞춰서 우리도 출발을 하였다.


오랜만에 다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애들 재롱도 보며 즐겁게 점심 식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케이크와 과일 디저트로 마무리~


4시가 되어 이제는 각자의 처가댁으로 찾아뵙기 위해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작별의 시간..


어머니 댁을 나와 그 근처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내일 모레 내 차로 사장님을 모셔야 하기에 세차도 하고 처가댁으로 출발하였다.


장인, 장모님께 이렇게 예쁜 딸 낳아주심에 감사를 드렸고 우리 부부가 있어서 그나마 카네이션을 받아본다며 좋아해주셨다.


우리가 둘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관계로 함께 저녁 식사는 패스하고 대신 두분께서 맛있게 드실 수 있도록 음식들을 준비해드린 후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내가 장인어른께 말씀드린 것을 3가지로 함축하자면 아래와 같다.


1. 내가 장인어른께 숙제를 내드린 '목적이 이끄는 삶' 원서를 새롭게 재번역 하시는 일은 잘 진행되고 있으신지 확인..(장인어른, 작가 만들어드리기 프로젝트 진행중..)


2. TV를 보시면서 볼게 없다는 말씀에 처가댁 TV가 스마트 TV임을 확인하고 유튜브를 보실 수 있도록 안내..


3. 처가댁 거실에 있는 스텐드 에어컨 필터 청소를 해드리고 오려고 했는데 방법을 몰라서 실패..



이번 주말 일정도 모두 잘 치뤘고 이제는 둘이서 편안한 주말 마무리를 하는 시간이다.


아래 마지막 사진은 마누라의 팔찌를 빼서 내가 한번 차본 것인데 내 손목에 들어간다는 것은 내가 그만큼 살이 많이 빠졌다는 것이다.


187.7cm 키에 60kg 밖에 나가지 않는 나는 올해 안으로 70kg까지 찌어보는 것이 목표이다.

(아래 사진처럼 먹고 언제, 어떻게 살이 찌게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p.s. 어버이날 다들 잘 보내셨나요?


우리 부부는 안타깝게도 자식을 낳고 길러보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이 시대의 모든 부모님들을 존경하고 응원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자식 소식러 주당 부부의 흔한 어린이날 풍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