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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기련 무소주부 Aug 15. 2023

"얘들아, 그런다고 내가 살이 찔 수 있을 것 같니?"

21화, 2022.5.18. 기상청이 하는 일은 무엇?


21화, 2022.5.18. 얘들아, 그런다고 내가 살이 찔 수 있을 것 같니?



직원들과 점심 식사를 같이 먹으면서 소식러인 나더러 살 좀 찌라고, 본인들이 알고 있는 각종 살찌우는 방법들을 알려주었다.


'자기네들이랑 한달만 같이 살면 찔 수 있다는 둥', '중국 당면을 많이 먹으면 찐다는 둥', '햄버거나 떡볶이를 많이 먹으면 찐다는 둥' 하말이다.


"얘들아, 그런다고 내가 살이 찔 수 있을 것 같니?"


그러면서 나와 마누라가 주말에 뭘 얼마나 먹었는지 물어보길래 직접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토요일 아침에 두부조림 두조각과 전날 먹다 남은 고기 몇점, 점심은 처가댁 가서 피자 한조각을 (도우는 떼어내고 토핑만) 마누라와 반씩 나눠먹었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은 둘이서 햄버거 하나를 (빵은 버리고 내용물만) 둘이서 나눠 먹었다고 하니 기겁을 한다.


일요일 아침은 소고기무국과 두부조림 두조각, 점심에 220g짜리 냉동 막창을 먹고 저녁에 소세지와 명란젓을 조금 구워 먹었다고 하니 자기네들은 '그렇게 먹고서는 도저히 살 수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래.. 나도 너희들에게 나와 같은 삶을 강요할 생각은 없단다~'

(외계인 아님)




하긴 직원들은 아직 2~30대로 한창 많이 먹을 나이들이다. 나도 그 나이 때에는 마누라와 라면 두개를 끓여 밥도 말아 먹은 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우리 부부도 처음부터 소식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나는 밥배, 술배가 따로 있지 않고..> 배가 부르면 술도 마실 수가 없어서 밥보다 술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오랫동안 조금씩 천천히 안주를 먹으며 술을 마시게 되었고..> 적게 먹는게 버릇이 되다 보니 내 위장은 줄어들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점점 더 먹을 수 있는 양이 줄어들게 되었던 것이다..

(이는 마누라 또한 마찬가지이다..)


평일 아침, 점심에는 나도 밥이란 것을 조금 먹긴 하지만 평일 저녁과 주말에는 밥을 먹지 않는다.

(마누라는 초밥에 밥과 김밥의 밥을 버리고 먹을 정도로 나보다도 한수, 아니 훨씬 더 고수인 여자 사람이고.. 그래서 우리가 무소주부.. '무자식 소식러 주당 부부'인 것이다.)


'이러니 내가 살이 찌지 않을 수 밖에..'


물론 살찔 만한 음식들을 많이 먹는다면 살이 찔 수 있다는 직원들의 이야기는 이론상으론 거의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유튜버이자 방송인인 '히밥'님 같은 분들께서도 계시니..)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이 간과했던 사실은 나나 마누라나 각자 라면 1개 이상의 양을 먹으면 정량초과로 더이상 먹지 못하거나 심한 경우 먹은 것을 모두 다 토해내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187.7cm의 키에 60kg(100근) 밖에 나가지 않는 나는 살이 찔 수 있는 것도 능력이고 건강하다는 증거일 것이라 생각한다.


어디가서 살이 찌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면 돌을 맞기 십상인지라 나의 고민은 어디가서 얘기도 못 꺼내고 이렇게 인터넷에서만 조용히 적어볼 뿐이다..


그렇게 퇴근 후 마누라에게 전화해 보니 내일 챙겨 줄 도시락 반찬들 준비는 다 해놨는데 정작 내가 오늘 저녁에 먹을 것이 마땅치 않다고 해서 지난 주에 먹어보고 맛있었던 편의점표 해파리 냉채를 사갈테니 신경쓰지 말라고 해뒀다.


편의점에 들려서 집에 돌아오니 9시..


이거 하나면 오늘 내일 이틀간 나의 저녁 안주 충분히 해결할 수가 있을 것이니..

(마누라가 고지혈증이 있어서 고기는 거의 나 혼자 감당해내야 한다..)




p.s. 기상청이 하는 일은 무엇?


지난 주말에 일기예보를 살펴보고 향후 10일간 비소식은 없다고 하여 깨끗하게 세차를 했지만 오늘 아침 출근길에 비가 와서 새차를 한 의미를 잃어버렸다.


평일에도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적으로 일기예보를 검색해 본다.


실시간 날씨도 맞히지 못하는 일기예보를 과연 신뢰할 수 있는 것일까?


누군가가 그랬다. 기상청 관계자는 일기예보 맞는 날에만 월급을 줘야 한다고..


나도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을 한다.


월급을 받으려면 우선 일을 제대로 해야 맞는 것이 아닌가, 또한 최소한 무릎 쑤심으로 날씨를 예상하는 할머니보다는 나아야 할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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