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외삼촌 팔순 잔치를 잘 챙겨준 고마운 마누라~

24화, 2022. 5. 28. 14개월 뒤 돌아가신 외삼촌을 기리며..


24화, 2022. 5. 28. 외삼촌 팔순 잔치를 잘 챙겨준 고마운 마누라~

2023. 8. 1일에 돌아가신 외삼촌을 기리며...


원래 지난 토요일에 예약 해둔 팔순 잔치가 큰외삼촌(이후 외삼촌)의 건강 문제로 인해 오늘로 연기가 되었다.


기특하게도 이는 바쁜 나를 대신해 마누라가 기획하고 장소 물색까지 모두 다 해준 일이었고.. 나는 그저 예약하고 친척들에게 연락해서 참석 의사를 물어본 것이 전부였다.


말이 좋아 팔순 잔치이지 참석 인원이라고 해봐야 사실 외삼촌과 우리 부부, 총 3명이 전부이다 보니 '잔치'라기 보단 조촐한 '생신 식사 자리'라는 표현이 맞을 듯 하다.


우리 부부가 결혼을 하고 3일 뒤에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신 후로 외삼촌께서 외가댁 가장 큰 어른이 되셨고 평생 결혼 한번 안하셨기에 처자식도 없는 불쌍한 분이시다.


게다가 형제간의 다툼으로 인해 둘째 삼촌네와 조카들까지도 연을 끊고 사시고 막내 삼촌네하고도 왕래가 없다 보니 참으로 외로우신 분이기도 하다.


그나마 나의 어머니와 그 아래 이모와는 연락과 왕래를 하고 계시지만 두 분께서도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아서 참석을 못하게 되었다.


외로우신 분이니 가끔씩이라도 연락 좀 드리고 살라고 해도 연락 한번 제대로 하지 않는 조카들까지 모여서 '서로 불편한 자리'가 되지는 않았으니 어찌보면 한편으로는 차라리 잘 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조카들 얘기까지 하자면 쓸데없이 말이 더 길어질 듯 하니 여기까지~)


그저 이 자리를 빌어 마누라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이런 외골수인 나의 삼촌을 좋아해주고 평소에 나 없이 혼자서 안부 전화도 드리고.. 이런 큰 자리까지 살뜰하게 잘 챙겨주고 있으니 말이다.


말 그대로 참 '맏며느리' 감이다.


"마눌, 참으로 고맙소~ 그리고 참으로 사랑하오~♡"




집앞 파리바게트에 들러 케이크를 사서 11시에 인천 부평에 계신 삼촌 댁으로 출발하며, 삼촌께 전화를 드려서 큰 목소리로 말씀을 드렸다.


"삼촌!! 저희 이제 출발을 했고!! 12시에 도착합니다!!"


"뭐? 벌써 도착했다고?"


"이제!! 출발!! 했다고요!!"


"뭐? 현관문 열어 달라고?"


"12시에 도착한다고요!! 12시!!"


"뭐? 12시에 도착한다고? 그래, 알았어. 조심히들 와~"


삼촌께서 오래전부터 귀가 잘 들리지가 않아서 보청기를 끼셨는데 이제는 보청기를 해도 잘 들리지가 않는다고 하신다.


자꾸만 도착했냐고 물어보시는 것을 보니 '우리 부부를 무척이나 기다리고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차가 막히지 않아서 정확히 12시에 도착하였고 삼촌께서 활짝 웃으면서 우리를 반겨주셨다.


침대 커버 씌우는 일을 도저히 혼자서 못하겠다 하셔서 얼른 도와드리고 1시에 예약해둔 홀리데이인 송도 호텔 레스토랑에 가기 위해 네비를 찍어보니 50분 걸린다고 나와 서둘러 출발을 하였다.


호텔 주차장까지 1시에 도착을 했고 19층에 위치한 레스토랑으로 올라가니 매니저가 친절하게 예약석으로 안내해주었다.


뷰가 좋은 창가쪽 자리에서 창밖을 바라보니 날씨도 좋고~ 가시거리도 좋아서~ 인천대교와 송도 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졌다.


착석을 하고는 입맛이 까다로운 삼촌께서 말씀하셨다.


"난 이런데 잘 모르겠으니까 너희들이 먹고 싶은 걸로 알아서 시켜~"


"삼촌, 여기 부페에요~ 저기 가서 드시고 싶은거 접시에 담아 오시면 되요~^^"


우리가 모시고 한바퀴 돌면서 음식에 대해 안내를 해드렸고 각자 좋아하는 음식들을 가져와서 식사를 시작했다.


1~3시까지 약 2시간 동안 나는 3접시를, 마누라와 삼촌께서는 2접시를 클리어 하고 디저토와 커피 한잔을 마시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소식러 3인방은 이 정도면 과하게 먹은 것이다.)


음식 종류가 많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퀄리티가 좋은 레스토랑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내가 메밀국수 제조를 망쳐서 '이럴 바에 평점이 좋았던 베트남 쌀국수를 먹고 올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우리 부부처럼 소식을 하시고 입맛이 무척이나 까다로운 삼촌께서도 나름 열심히 많이 드시고 우리와 함께해서 행복해 하시는 모습에 뿌듯한 마음이다.


......


식사를 마치고 바닷가를 들렀다가 인천 시내를 크게 한바퀴 돌아 삼촌댁에 도착해서 케이크에 촛불을 붙이고 팔순 축하 노래도 불러 드렸다.

(혼자서 거동이 불편한 외삼촌께서 어쩌면 마지막 고향 구경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 돌아보시며 여긴 어디고.. 여기가 이렇게나 많이 변했구나.. 하시며 많은 감탄을 하셨다.)


"생신 축하합니다~ 생신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외삼촌 생신 축하합니다~"


다들 배가 너무 불러서 케이크 한조각씩 나눠 먹고 4시가 넘어 아쉬운 작별의 시간..


삼촌을 꼭 안아드리며 "삼촌, 사랑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세요~!!"라고 크게 인사를 드린  집으로 향했다..


......


그 후로도 몇번이나 다시 찾아 뵙고 함께 식사를 하였지만 이 날로 14개월 뒤인 2023. 8. 1일.. 우리가 사랑했던 외삼촌께서 주무시다가 편안한 표정으로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전해 듣고 아버지께서 잠들어 계신 인천 가족공원에 함께 모셔 드렸다..


외삼촌, 이제 그만 세상 일은 다 내려 놓으시고 하늘 나라에서 외할머니, 우리 아버지와 같이 편히 쉬세요...


그토록 좋아하셨던 술이 있다면 술도 한잔 기울이시며... 사랑합니다~




p.s. 이날 오는 길에 '돈쭐내러 왔습니다'에 나왔던 부천에 있는 '최고족'에 들러 화덕 족발을 포장해오려 했는데 2시에 문을 열자마자 1시간도 안되어 점심 장사는 매진되었고 6시나 되어야 저녁 장사가 시작된다고 해서 아쉽지만 포기하고 서울로 가는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잠시 후 최고족 사장님께서 전화를 주셔서 우리가 먼곳에서 힘들게 찾아왔는데 안타깝다며 주방에 얘기해놔서 5시 20분에 포장해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으나 우린 이미 서울로 가는 고속도로에..


아쉽지만 오늘은 날이 아닌 듯 하니 신경을 써주셔서 감사하고 번창하시길 바라면서 통화를 마쳤다. 참 감사한 사장님이시다.


관련글 : https://brunch.co.kr/@af414d9aef7b470/325


(부천시 장말로 183) 나중에 재방문을 위해 저장~

https://m.place.naver.com/restaurant/1721950444/home?entry=pl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