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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it업계 부장인 내가 갑자기 회사 때려친 이유

있을 때 잘 해주시란 강력한 메시지를 남기기 위해 이 글을 바칩니다

20년동안 한 업체에서 it업계 부장으로 일했었던 내가 갑자기 회사 때려친 이유?

*쳇GPT 로 만든 '무소주부' 로고로 직접 명함제작!

마누라한테도 선물로 인생 첫 명함 파주는 거에요~

프랑스나 영어권에선 No drink couple 이라고 ㅠㅠ



2025년 12월 12일, 12 12 사태가 일어났었던 바로 그날인 오늘.. (캬~ 기억하기도 참 쉬운 날이다~)

평소처럼 출근해서 열심히 일을 했고.. 점심 시간인 12시가 다 되었을 무렵,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다.

사장님께서 내 방에 들어와 내 잘못도, 아무것도 아닌 일로 고래고래 소리치며 성질을 부렸다. 마치 내가 무언가 커다란 죄를 지은 사람 마냥..

나의~ 잘못~ 이라면~ 회사를~ 위해~
내 젊음의~ 모든 것을~ 준 것 뿐인데~
죄인~처럼~ 사장님께~ 말도 못하고~

그렇게 한바탕 퍼붓고는 점심시간 30분 전 먼저 식사를 하러 가셨고.. 잠시 후 나에게 전화해서 다시 휘황찬란한 오만가지 욕들을 퍼부어 댔다.

"@%♤&♧₩#?@%♤&♧₩#?"

욕.들.이. 내.린.다. 샤라랄~ 라랄랄라아~

"무슨 일을 그 따위로 하고 말이야!! 일하기 싫으면 당장 때려치워!!"

"네!! 그러지요!! 제가 회사 그만 두겠습니다!!"

"마음대로 해!!"

나는 바로 전화를 끊어 버렸고 당장 짐싸서 나왔다.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이제 그만 돌아서~겠소~

'아, 나 참 지금 노래나 부를 한가한 기분 아니지?'

심장이 쿵쾅거리고 명치가 아려왔다.. 울화병이다..

그렇게 갑작스런 퇴사를 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잠시 숨을 고른 후 마누라에게 전화해서 얘기를 했다.


"나... 회사 그만 뒀어~"

"아니, 왜요?"

"그냥... 그렇게 됐어~"

"......"



사실 이런 날이 올 것을 진작에 알고 있었고.. 마누라에게도 일년전부터 몇번이나 얘기를 해둬서 충격은 덜 했으리라..

다만 그 날이 오늘이 될지만 몰랐을 뿐..

"걱정할테니 양가 부모님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아직 알리진 마아~ 적당한 시점에 내가 직접 얘기할테니까~"

"알았어요.."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는 한시간 내내 사장님과 실장님께 계속 전화와 문자가 왔지만.. 쌩깠다..
두 분이 부부~ 사이다~ 오오~ 사이다~ 그래, 사이다 마신 것처럼 속이 다 시원하다!!

'내가 아쉽나? 당신네들이 아쉽지~'

20년간 사장님 대신 회사의 모든 일처릴 혼자서 다 해왔고 구멍가게였던 회사를 이만큼 크게 성장시킨 것도 나다!

나혼자 해왔던.. 당장 계약을 앞둔 일들, 진행 중인 일들, 유지보수 일들.. 어디 나없이 잘들 해보시라지!?

마침 사장님께 문자가 왔다.

'회사 들어와라. 얘기 좀 하자. 그만 두더라도..마무리 할거는 하고 얘기하는게 도리 아니냐..'


쿨하게 쌩깠다..

'어잌후~ 도리를 그렇게 따지는 분이 저한테 그러셨어요!? 나가랄 땐 언제고.. 우쭈쭈~'

가는~ 부장~ 그~ 누구가~ 막을 수가~ 있나요~

이제는 사장님께서 친히 우리 집으로 찾아가기 전에 전화 달라고 협박까지 하신다!?

'고급 정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사태에 대비해 1년전에 이사하고 그동안 수차례 집주소를 물었지만 알려드리지 않았었는데 최근 회사로 보낸 택배 상자에서 용케 우리 집 주소를 득템? 하셨나 보다~ㅋ

"지금 사장님께서 우리 집으로 오신다고 하니 근처 모텔에 가게 어여 옷입고 필요한 짐만 싸서 나와~"

"알았어요.."

정말 쳐들어 오시고도 남을 분이란걸 잘 알고 있다~


12시반, 집근처에서 옛날 가마솥 순대 만원치를 술안주로 포장해서 마누라 데리고 국민은행 갔다가 모텔로 피신을 했다.


https://youtube.com/shorts/b7jySgkIL_w?si=zffpl7OS-w3s9zyL



둘이서 소주 페트병으로 3개를 마시니 3시반, 실장님께 마지막 문자를 적어 보냈다. 진지하니까 궁서체로~


저는 집에 없고 마누라 데리고 여행 떠났고 마음이 가라앉을 일도 다시 회사 돌아갈 일도 없어요.
*집에 와도 날 만날 수 없으니 헛수고 마시고..

그동안 걱정 해주시고 챙겨주시고 여러모로 감사했습니다.
*같이 쌍욕을 날리기 보단 끝까지 매너를 잃지 않고..

계속 회사 다니면 제 건강 다 잃고 저 죽으니까 그러면 마누라도 죽으니까 집에 찾아오지도 연락하지도 마세요. 제발요.
*더이상 수작부리지 못하게 하면서 나의 명분과 실리를 찾았고..

저도 무슨 고소를 하거나 그러지 않아요. 이제는 제가 싫고 제가 살아야겠어요. 쌍방과실이니 그냥 여기까지만 하시죠.
*인수인계 따윈 기대하지 말라고 협박하며 나중에라도 인수인계 원하면 받지 못할 퇴직금 대신 적정한 선에서 큰 일당을 요구할 작정이다..



그제서야 사장님, 실장님께서 내게 미안하다며 여행 다녀와서 연락 좀 달라고 사정을 하시네!?

'글쎄요~ 두분 하는거 봐서요~'

지금 오후 7시, 매일 3시반이면 퇴근하는 두분께서 메신저가 켜져 있는 걸 보니 왠일로 이 시간까지 퇴근을 안하시고 계신가요!?

저더러 매일 직원들 다 보내고 나서 퇴근하라더니 이제 두분 몫이 되니까 행복하신가 보죠!?

우린 지금 호텔에서 술한잔 하고 있는데 세상 편하네요~^^ㅋ

이 세상 모든 사장님들~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한테~ 있을 때 잘 해주시란 강력한 메시지를 남기기 위해 이 글을 바칩니다.. ㅡmㅡ


그리고 마누라, 내 능력에 밥 굶길 일 없으니..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력합시다아아~

퇴직하기 좋은 나이, 마흔 아홉.. 자, 자유다~ ㅋㅋㅋ


p.s. 그동안 너무 깊숙히 발을 담궈놔서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여기서 빠져 나올 수 없는 제 입장도 좀 헤아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곧 다음 버전 준비해 볼테니 모두 늘 행복한 일상 되시기를요~~~



p.s. 이 글을 지인들께 알리니 주변에 많은 대표님들께서 러브콜을 불러주셨고 당장 내일 점심에 보자는 사장님.. 여기저기서 보자시네요~^^ 거래처 사장님께서 나한테 형님이라고 하니 동생?내일 같이 만나기로 했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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