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by 보리차



몇 해 전 나는 이사를 했다.
오랜 터를 떠난다는 건 두려운 일이었지만
막상 도착해 보니

따뜻한 볕이 드는 곳이었다.

그곳엔 또 다른 분주함과 설렘이 있었고
무엇보다 나를 아는 사람,
찾는 사람도 없어 좋았다.

덕분에 나는 시간을 온전히 내 맘대로 쓸 수 있었고
챙겨야 할 것들이 줄어들었고
내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을
하고 살았다는 걸 깨달았다.

오늘은 일정에는 없었지만
다른 도시에서 그를 만났다


아무도 우리를 모르는 거리,

이 도시에서는

우리가 누군가의 시선으로 해석되지 않았고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었다.


오늘의 수확

쉽게 얻을 수 없어 더 소중한

자유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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