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찍고 퇴근할 때까지 '이런 일'을 합니다.
새로운 회사에 들어갈 준비를 할 때면 항상 궁금했다.
'이 회사에서는 무슨 일 하는지.'
JD에 적힌 것 말고, 진짜 이 회사에서 보내는 하루 일과가.
사실 거의 모든 스타트업이 그렇겠지만, 고정 루틴이라고 할 게 없다.
매일 새로운 일이 펼쳐지기 때문에..
하지만 그 안에서도 자신만의 루틴은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이런 루틴이 있을 때 단단하게 일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일한 하루를 돌아보고, 5가지 순서로 나눠 차곡차곡 담아내본다.
목차
CRM마케터의 하루 일과
01. 예열하기: 할 일 작성 / 전사지표 작성 / 슬랙&메일 확인
02. 긴장의 끈 놓지 말기: 정기 DM 발송
03. 질 좋은 휴식 취하기: 점심시간
04. 몰입하기: 프로젝트성 업무 / 성과분석 / 회의
05. 돌아보기: 한 일 체크
출근하고 제일 먼저 하는 일
내가 하루를 계획하지 않으면, 남의 계획 중 일부가 되어버린다는 걸 경험으로 깨달았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급하다고 하는 슬랙에 이리저리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중요도를 판단하고, 우선순위가 높은 일에 시간을 쓰기 위해 하루를 먼저 계획한다.
이 날 1순위 업무는 신규 쿠폰팩 혜택을 변경하는 데에 필요한 것들을 리스트업 하는 것이었다.
서비스 단과 Paid 마케팅 파트와도 함께 타이밍을 맞춰서 진행해야 하는 업무이기에 가장 신경 써서 진행해야 하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2순위는 현재 론치되고 있는 캠페인을 디벨롭하고, 새로운 캠페인을 운영하는 것이다.
그리고 요청을 받아서 진행하는 일이나 루틴하게 진행하는 업무는 3순위로 정했다.
이렇게 먼저 할 일의 중요도를 생각해 둔다면 다른 사람이 급하다고 하는 일에 예스맨처럼 나타나서 도와주고 정작 내 업무는 못하게 되는 일이 없다. 오히려 "지금 하고 있는 업무 끝내고 1시간 뒤에 제가 꼼꼼히 읽어보고 회신드려도 괜찮을까요?"라고 정확한 시점과 함께 양해를 구할 수 있다.
할 일을 어느 정도 적었다면, 전사지표 기재로 넘어간다.
지금 회사에서는 하나의 전사지표 대시보드를 여러 실무자가 함께 트래킹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나는 유저의 첫 구매 유도를 개인 KR로 가져가고 있는데,
매일 첫 구매와 객단가 지표를 매일 옮겨 적으며, 긍정적/부정적인 시그널이 있는지 확인한다.
이 날은 가입 후 D+8~D+30 시점에 첫 구매율이 튀는 시그널이 있었다. 이 원인을 파악하는 것도 오늘 할 일에 기재했다. 이렇게 지표를 보다 보면 앞서 적은 업무 중에에서도 어떤 일을 우선적으로 진행하는 게 좋을지 가름해 볼 수 있다.
이렇게 하루를 계획하고 지표를 확인한 다음 메일과 슬랙을 확인하려고 하는 편이다.
물론 급한 업무가 있거나 늦게 출근한 날에는 슬랙을 먼저 보긴 하지만, 곧 다시 오늘 하루를 계획하고 일을 시작하려고 한다.
오전에 주로 하는 업무
이런 광고성 메시지, 많이 봤을 것이다. (아마 오늘도 받았을 것이다!)
우리는 매주 월/목 오전에 위와 같은 정기 DM을 발송한다.
회사마다 진행 방식은 다르겠지만, 3040 직장인이 주 타깃인 우리 서비스는 점심시간이 지나기 전 오전에 매출 임팩트가 크기에 주로 오전에 DM을 발송한다.
자동화 캠페인도 많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정기 DM은 정교한 타겟팅과 시즈널리티가 강한 메시지를 후킹하게 전달하기 위해 수동으로 진행한다. 수동으로 진행하는 것의 장점은 변수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
그러나 가장 취약한 단점은 사람이 하기에 실수의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3개 이상의 타깃 각각에 먹힐만한 혜택을 다 다르게 소구하기 때문에 헷갈리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그래서 자주 해서 익숙한 업무여도 항상 발송하는 순간까지 긴장을 놓지 않는다.
11:30 am ~ 12:30 pm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어느새 점심시간!
전에 회사 다닐 때는 그냥 친한 동료들 몇 명하고만 같이 먹곤 했는데,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회사에서 아는 사람의 폭이 좁아서 아쉬웠다. 요새 느끼는 건, 일도 어느 정도 스킨십이 있어야 수월하게 느껴진다는 것.
그래서 점심시간에는 먹고 쉬기만 하기보다 다양한 직무 사람들과 친분을 쌓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뫄뫄님, 요청서 전달드렸는데 확인 부탁드립니다."
보다는
"뫄뫄님! 전에 도와주셨던 일, 덕분에 성과 잘 나오고 있더라고요. 이번엔 다른 건인데 확인 부탁드려요!"
라고 말할 수 있는 관계가 될 때, 말하는 사람도 망설이는 데에 드는 시간을 줄이고
듣는 사람도 호의적으로 업무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한다.
퇴근 전까지
긴 호흡으로 집중해야 하는 업무를 오전에 하면 점심시간 때 딱 흐름이 끊겨서 다시 일해야 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래서 몰입이 필요한 업무는 오후에 몰아서 한다.
오후에 하는 일을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01. 프로젝트성 업무 성과 트래킹 & 회고
지난주에 돌렸던 캠페인 성과를 트래킹하고 분석한다.
예를 들어, 지난주에는 가입 후 이탈자의 구매를 유도하는 일회성 캠페인 시나리오를 운영했다.
기획의도와 가설이 맞았는지 성과를 통해 확인하고, 좋은 성과가 있었다면 이후에 어떻게 디벨롭해 자동화 운영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02. 새로운 프로젝트 & A/B test 기획
그리고 지표를 살펴보며 구멍이 난 부분을 찾고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A/B test를 기획한다.
예를 들자면, 최근에 Paid 광고의 변화로 가입 후 24시간 이내 첫 구매율이 떨어지는 추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CRM으로 메울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정량적/정성적 지표를 보면서 고민하고 있다.
03. 회의 (업무 스크럼 / 주간 회의 / 레퍼런스 회의)
앞선 회고와 새로운 기획은 시각적으로 정리해서 회의에서 공유한다.
월요일 업무 스크럼 회의에서는 이번 한 주 동안 할 일을 정리해 공유하고,
수요일 CRM 주간회의에서는 지난주 했던 일의 성과 분석을 공유해 디벨롭 방향을 잡는다.
1시간 만에 한 주의 내용을 요약해 공유하는 자리이기에, 처음 보는 사람의 관점에서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고민의 과정과 결과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려 노력한다. 그래야 듣는 사람도 밀도 있는 피드백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웃풋을 내고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인풋이 있어야 기획할 때 아이디어의 샘이 마르지 않는다.
그래서 매주 월요일에는 레퍼런스 회의도 함께 진행한다. 한 주 동안 마케터가 아닌 소비자로서 어떤 CRM이 좋은 경험으로 다가왔는지 공유한다. 실제로 이 회의에서 얻은 아이디어에서 착안한 캠페인들이 많다.
*레퍼런스를 활용하는 방법은 여기서 더 자세하게 보실 수 있어요.
잘하진 않지만 하려고 하는
거의 모든 직장인들이 느끼겠지만 너무 바쁘게 보냈는데 막상 한 일을 기록해 보면 별 거 안 한 거 같다.
저만 그런 거 아니죠?
한 일을 적고 돌아봐야 내가 오늘 진짜로 바빴는지 가짜로 바빴는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생산성 있는 업무를 하느라 바빴다면 알차게 바쁘게 보낸 하루이고,
슬랙하고 뭐 확인하다 보니 하루가 지나있다면 불필요하게 바쁘게 보낸 하루라고 생각한다.
물론 바쁘게 일하다 보니 하루가 다 지나서 허겁지겁 퇴근하는 게 일상이지만,
이러한 이유로 되도록 하루를 되돌아보고 내일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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