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미용실 가위 끝에서
따스한 햇살이 유리창을 넘어
가위 위에 번뜩인다
노란 봄 옷을 걸친 여인은
부지런히 기억을 다듬어 내고
바래진 한 올 한 올에
천연색을 입혀낸다
겨우내 쌓인 기억의 잔해들이
바닥에 소복이 내려앉고
지난 계절의 추억이
유리구슬처럼 반짝이면
거울에 비치는 활짝 핀 꽃
그들은 그렇게 새 봄을 맞는다
春來不似春... 그래도, 우리는 봄을 맞이합니다.
봄을 단순히 계절의 변화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정리하고 새로운 자신을 맞는 기회로 삼자는 뜻에서 적어보았습니다. 특히, 미용실이라는 공간을 빌려 머리를 다듬고 염색을 하는 과정을 통해, 기억을 정리하고 새롭게 채색하는 과정을 표현했습니다.
지나간 기억을 모두 간직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기억을 정리하며 새로운 ‘나’로 거듭나는 것이 다가온 계절의 의미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