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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사장 May 04. 2024

수제매듭 '현고리'(국궁장비) 리뷰(화련공방)

[개처럼 벌어서 선비처럼 쏜다] 9일차


 국궁에 갓 입문해하는 사람이 제일 신기해하는 게 '활터의 가내수공업' 문화이다. 우리나라 활터라면 거의 대부분 칼과 사포 등의 공구가 갖추어져 있다. 활쏘기라는 게 공장에서 탁탁 찍어 나오는 장비를 곧이곧대로 쓰는 게 아니다 보니 그렇다.


 

 활을 처음 사면 그대로 쓰지 않는다. 줌통을 자기 손에 맞게 깎아내고, 줌피를 감고, 출전피를 붙이고, 밀랍칠도 해주어야 한다. 화살은 안 그런가? 화살에 표식을 새기고, 부러진 깃을 갈아 끼우고, 망가진 화살촉도 바꿔야 한다. 활쏘기라는 게 마치 아이를 돌보는 일과 같아서 손 안 닿는 구석이 없다. 그래서 활을 5년 10년 쏜 구사(舊士)님들은 이것저것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맥가이버' 같은 모습을 풍기신다.


새로운 활과 화살을 꾸미는 모습

 

 그렇게 활터의 가내수공업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종종 활용품을 만들어 온라인판매를 하기도 한다. 지금 소개할 '화련'의 주인장님도 활을 쏘는 궁사이시다. 화련은 현고리를 만드는 공방이다. 현고리가 무엇인가? 활의 '현'을 고정해 두는 끈을 현고리라고 한다.


 활에 시위를 계속 걸어두면 강한 장력으로 활의 내구성이 점점 죽는다. 각궁 같은 경우는 자칫 활이 뒤집힐 수도 있다. 그래서 현을 풀어두는데 이것을 '활을 부린다'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활을 부려두면 현의 보관이 문제이다. 고이 접어두는 사람도 있는데 별로 좋지 않다. 국궁에서 현은 한 줄의 긴 끈이 아니다. 여러 가닥의 끈이 꼬여있는 형태이다. 꼬임을 어느 정도로 하느냐에 따라서 활의 성능차이가 크다.


부린활, 얹은활
여러가닥의 끈이 꼬여있는 모습


 그래서 현고리를 써서 활의 현을 고정해 둔다. 필자처럼 활이 약해서 사사로운 요소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은 매우 중요한 아이템이다. 고무줄이나 가죽끈을 쓰는 경우도 있지만... 역시 '이쁜 게' 최고이지 않겠는가? 전통매듭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현고리를 만드는 '화련'을 소개한다.


현고리 사용모습


 화련의 현고리는 전통매듭에 기반하며, 공방주인이 활을 쏘는 궁사이시기에 더욱 쓰기 좋다. 필자가 구매한 현고리는 화사한 노란색에 방울단추가 달려있다. 활이 전반적으로 칙칙해서 포인트로 밝은 색상을 넣고 싶었다. 부린 활의 길이가 현의 길이보다 길기 때문에, 고자에 현고리를 걸어 현길이를 연장해 준다. 활의 곡면을 따라 밀착해 주면 현이 풀리지 않게 된다.


 화련의 현고리는 우리 전통매듭에 기반할 뿐만 아니라 칼고자 평고자 등에 모두 호환이 가능하다. 공방주인 분이 친절하셔서 맞춤형 커스텀도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쏘는 사람도, 관심 있는 사람도 적은 '마이너업계'인 국궁과 관련해서 이렇게 맞춤 용구를 만드는 곳이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가치는 충분하다!

화련의 인스타그램


활 관련 콘텐츠, 활용구 공방은 수요가 적은 만큼 잘 알려져 있는 경우가 적다. 그래서 이렇게 미약하나마 글을 써서 알려보고픈 마음이 있어서, 앞으로 종종 관련된 글을 써보고 싶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활 관련 콘텐츠, 웹툰 등을 소개해볼 예정이다.


광고이고 싶어도 광고일 영향력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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