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쏘기에 대한 가장 큰 오해가 잘 당기면 된다고 생각하는거다. 하지만 활은 잘 당기는게 아니라, 잘 밀어야한다. 활을 당기는 손을 깍지손, 활을 잡는 손을 줌손이라고 한다. 줌손은 그저 활을 받쳐주기만 하는게 아니다. 활을 당긴만큼, 활을 밀어주는 역할을 한다.
당기기는 호랑이 꼬리가 펴지듯이 빼야하고, 미는건 태산을 밀듯이 해야한다. '전추태산 후악호미' 라고도 불리는 활쏘기의 원칙이다. 줌손을 잘 밀어줘야 활의 텐션이 극대화되어서 화살이 더 멀리, 더 잘 날라간다. 또한 줌손은 화살의 방향, 즉 좌우편차에도 영향을 끼친다. 줌손의 힘이 약하면 활의 반동을 제어하지 못하게 되고, 화살이 곧게 날라가지 않는다. 심한 경우 활시위에 팔뚝이 맞는 등 활이 지멋대로 튀게 된다.
활쏘기라는건 생각보다도 더 섬세한 무예이다. 그래서 보통은 활을 다 당긴 다음에, 3~5초 정도 참고 기다리다가 쏘라고 한다. 서기는 잘 섰는지, 허리는 굽지 않았는지, 줌손을 잘 짜고 있는지. 이 모든걸 다 확인하고 교정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처럼 쉽지가 않다. 겉으로 보기에는 눈치채지 못할 미묘한 차이들이 활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쏘고나니까 그제서야 잘못된 자세였다는걸 눈치챌 때도 많다. 결국 활쏘기를 잘한다는건, 그만큼 자기 몸을 자기 생각껏 통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통활쏘기, 국궁. 아주 매력적인 운동이다. 겉으로는 고요하게만 보이는데, 그 속에서는 스스로와의 싸움을 하고 있는게- 마치 우아한 백조가 수면 아래에서는 분주히 움직인다는 이야기와 닮지 않았는가?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성장하는 나를 만나는 운동. 우리 전통활쏘기 국궁에 빠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