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과 새해다짐
며칠 전, 요리를 하다가 칼과 가위가 무뎌진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도구가 오래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무뎌진 날을 바라보면서 문득 내 자신도 과거에 비해 많은 것들이 무뎌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감정의 예민함도, 생각의 날카로움도 사라지고, 몸도 예전 같지 않다. 거울 속의 나를 보며, 젊은 날의 날렵한 턱선 대신 둥글어진 윤곽을 발견했다. 나는 어느새 나이를 먹었고, 그 나이만큼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설날이 다가왔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다짐을 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나는 올해 설을 맞으며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무뎌졌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익숙한 것들이 많아지면서 감각은 점점 둔해진다. 예전에는 맛있는 음식을 새롭게 접할 때마다 황홀한 감동이 있었지만, 이제는 대충 어떤 맛일지 예상이 가능해진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그들에게서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지, 어떤 성향의 사람일지 어느 정도 감이 잡힌다. 여행을 가도 이제는 낯선 곳에서의 설렘보다는 익숙함 속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새로운 드라마를 보거나 책을 읽어도, 예전처럼 가슴을 두드리는 감동을 받기란 쉽지 않다.
회사 생활도 마찬가지다. 신입사원 때는 모든 것이 새롭고 배울 것이 많았지만, 이제는 같은 업무의 반복 속에서 점점 권태로움을 느낀다. 한때는 중요한 결정 앞에서 고민하고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애썼지만, 이제는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앞서고, 더 이상 이전처럼 열정을 불태우지 않는다. 도전보다는 안전한 선택을 하게 되고, 무언가를 새롭게 시도하는 일이 줄어들면서 점점 나 자신도 루틴 속에서 굳어져 가고 있는 느낌이다.
무뎌진 원인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나를 무디게 만든 원인은 단순히 나이 때문만은 아니었다.
반복되는 일상과 익숙함
새로운 자극 없이 비슷한 일상을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감각이 무뎌진다. 같은 길을 걸어 다니고, 같은 업무를 하고, 같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예상 가능한 결과들이 쌓이기 때문이다.
도전 부족과 긴장감 상실
젊을 때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많은 자극을 받는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안전한 선택을 하게 되고, 실패를 피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익숙한 방식이 편하고,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지면서 점점 도전의식이 사라진다.
체력 저하와 건강 관리 부족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가장 크게 체감하는 순간은 피로가 쉽게 쌓이고, 회복 속도가 느려질 때다. 운동 부족과 불규칙한 생활 습관이 누적되면서 신체적 활력이 떨어지고, 그와 함께 정신적 에너지도 감소한다. 자연스럽게 의욕도 줄어든다.
자극에 대한 내성 증가
과거에는 작은 변화에도 감동하고 흥분했지만, 이제는 웬만한 일에는 쉽게 감정을 움직이지 않는다. 처음 보는 풍경도 익숙한 것처럼 느껴지고, 새로운 경험도 이전 경험의 변주처럼 다가온다. 감각이 무뎌진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은 경험을 하면서 감동을 느끼기 어려워진 것이다.
사회적 역할 변화
젊을 때는 ‘미래’를 고민하고, 가능성을 탐색하며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지만, 이제는 일정한 위치를 유지하고 책임을 다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더 이상 무언가를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안도감이 들면서, 반대로 열정도 식어간다.
새해에는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올해는 무뎌진 나를 다시 날카롭게 갈아보려 한다.
첫 번째, 운동을 통한 변화
가장 먼저, 무뎌진 몸을 다시 단련하고, 예전보다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방송통신대학교 생활체육학과에 등록했다. 단순히 학위를 따기 위해서가 아니라, 몸을 움직이고 배우면서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다. 운동을 통해 체력을 기르고, 다이어트를 하며 흐트러진 몸을 정리하면서 나 자신을 가다듬을 것이다. 체력이 회복되면 자연스럽게 정신적 에너지도 되살아날 것이다.
두 번째, 독서를 통한 사고의 전환
사고의 날카로움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지적인 자극도 필요하다. 예전에는 한 권의 책에서 깊은 감동을 느끼고, 한 문장 속에서 삶을 변화시키는 깨달음을 얻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책을 읽는 것이 습관이 되었을 뿐, 진정한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는 다시 한 줄 한 줄을 곱씹으며 읽고, 사색하며 나의 생각을 정리해보려 한다.
세 번째, 새로운 도전과 경험 쌓기
무뎌진 감각을 되살리기 위해,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낯선 경험을 더 많이 하려고 한다. 새로운 운동을 배우고, 색다른 취미를 가져보며,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여행을 해볼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변화를 만들어가고, 익숙한 루틴을 깨뜨리는 작은 시도를 통해 다시금 삶의 활력을 되찾을 것이다.
설날은 단순히 한 해가 바뀌는 날이 아니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의 순간이다.
칼날이 무뎌진다면, 다시 갈아주면 된다.
그렇다면,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올해는 다시 한 번, 나 자신을 연마하는 해로 만들 것이다.
나는 다시 날을 세우기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