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블랙미러 시즌3 <추락>을 보고
예전의 삼국지 소설을 보면 허소라는 인물이 있다. 이 사람의 업적이라고 할 만한 것은 사람들을 평가하는 일이었다. 누구는 큰 인물이 될 것이라 말하고, 누구는 그릇이 작아 멀리 가지 못할 것이라 말한다. 그 말은 소문처럼 퍼져서 어떤 이는 관직에 오르고, 또 어떤 이는 길을 막히게 되었다. 오래전부터 인간 사회에는 이런 식으로 평판이 작동해왔다. 글을 아는 이가 드물고 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시절이었으니, 몇몇의 평가가 곧 운명을 가르는 힘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 과거제도가 만들어지고, 시험으로 사람을 뽑는 장치가 세워졌다. 세상은 기계적으로 정량화된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평판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시험 점수만으로 알 수 없는 그 사람의 성품, 태도, 신뢰 같은 것들은 여전히 누군가의 말과 시선에 의해 평가된다. 어쩌면 인간 사회에서 평판이라는 기능은 사라질 수 없는 본능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넷플릭스 블랙미러의 한 화, <추락(Nosedive)>을 보면 이 오래된 평판의 본능이 어디까지 치달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모든 사람이 서로에게 별점을 매기는 세계. 아침에 커피를 사며 웃어야 하고, 엘리베이터에서 어색하지 않게 인사해야 한다. 작은 친절 하나가 점수를 올리고, 작은 실수 하나가 점수를 깎는다. 그렇게 점수는 곧 그 사람의 신용이 되고, 집값이 되고, 인생의 등급이 된다.
보면서 묘한 생각이 들었다. 허소가 한 사람의 장래를 좌우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모두가 허소가 된 시대가 된 것 같다. 그 차이는 단지 속도의 문제일 뿐이다. 예전에는 한 사람의 말이 세상을 움직였지만, 이제는 수많은 사람의 작은 손가락 움직임이 더 빠르고 잔인하게 한 사람을 무너뜨린다.
그러나 <추락>의 마지막 장면은 역설적으로 자유를 보여준다. 평점을 모두 잃고 감옥에 갇힌 주인공은 더 이상 점수를 매기거나 매길 수 없다. 그제야 그녀는 가식 없는 얼굴로 분노를 드러내고,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진솔한 욕설을 내뱉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점수와 체면이 사라진 그 순간, 우리는 처음으로 온전한 인간의 목소리를 듣는다. 거짓 없는 감정, 포장되지 않은 진짜 언어. 그것은 억압된 사회 속에서 오히려 가장 인간적인 순간이었다.
이 장면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을 상기시킨다. 결국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점수도, 평판도, 타인의 별점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거짓과 가식이 아닌, 진짜 감정과 진짜 경험이다. 그것이야말로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이 남길 수 있는 흔적이다.
그래서 나는 믿고 싶다. 진짜 평판은 별점이나 점수가 아니라, 우리가 서로에게 남기는 솔직한 순간 속에 있다는 것을. 허소의 평가나 블랙미러의 별점은 결국 껍질일 뿐이고, 그 속에서 드러나는 진실한 인간의 모습이야말로 사라지지 않아야 할 가치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이 오래된 평판의 진화 속에서 우리가 끝내 붙잡아야 할 마지막 인간다움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