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버티는 마음의 후유증 / 8부
“쉬어도 별로 안 나아져요.”
이 말은 상담실에서 ‘번아웃’보다 더 자주 들린다.
사람들은 이미 쉬고 있다.
누워 있고, 여행도 가고, 약속도 줄였다.
그런데 회복되지 않는다.
이쯤 되면 사람들은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내가 너무 예민한가?”
“원래 이런 성격이라서 그런가?”
하지만 쉬어도 회복되지 않는 데에는 공통된 마음 습관이 있다.
바로 쉬는 동안에도 자신을 감시하는 습관이다.
40대 여성 내담자는 휴직 중이었다.
번아웃 진단을 받고 충분히 쉬라는 권유도 들었다.
그런데 그는 말했다.
“집에 있으면 더 불안해요.
이렇게 쉬어도 되나 싶어서요.”
그의 하루는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으로 가득했지만 마음은 전혀 쉬지 못하고 있었다.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질문이 돌아갔다.
'이렇게 쉬면 나중에 뒤처지지 않을까?'
'나는 왜 이렇게 약해졌을까?'
이런 질문은 휴식의 얼굴을 한 채 사실은 자기 비난을 하고 있다.
상담자로서 나는 이렇게 말해준다.
회복은 ‘자기 평가를 멈추는 알아차림'이 먼저다.
우리는 쉬면서도 스스로를 평가한다.
오늘 쉰 방식이 맞는지,
이 정도 쉬면 충분한지,
남들보다 뒤처진 건 아닌지.
이 마음 습관은 대부분 오래전부터 만들어진다.
쉬는 나보다, 버티는 나가 더 사랑받았던 경험.
아파도 참고, 힘들어도 해냈을 때 “대단하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 그래서 몸이 멈춰도 마음은 계속 성과를 요구한다.
이 상태에서는 어떤 휴식도 진짜 회복이 되기 어렵다.
회복의 시작은 거창하지 않다.
쉬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이다.
아무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도 자책하지 않는 연습.
그 연습이 쌓일 때 비로소 피로는 내려앉기 시작한다.
쉬어도 회복되지 않는다면, 나는 지금도 나를 평가하고 있지는 않은지 묻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