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현 자작시 #7
방금 한 일도 까먹고
방금 먹은 것도 까먹고
자녀와 자성마저도
사탕까먹듯 다 까먹었다
오래전 기억은 쌩쌩하고
오래전 동네도 쌩쌩하고
애증하던 부모와 유년 기억만
좋아하는 노래 구절처럼 구간 반복한다
주름살 사이사이 바코드처럼 새겨진 기억들
백발처럼 하얗게 지우고 새삼 까만 머리 나오는
울 엄니 아흔 하고도 두살에 다시 기저귀 차고서
나이는 떡국이 먹고 당신은 아이가 되었다.
#시작노트
결혼 38주년이 엊그제 지났다.
나는 막내 아들과 결혼했지만 시어머니와 같이 살던 집에 살면서 큰며느리 같은 작은며느리였다,
지난 세월은 다사다난했다는 말로 말을 아낀다.
36년을 같이 살다가 2년 전 치매와 파킨슨병으로 거동 조차 불편해져 돌봄 전문가들이 있는 요양원에 모셨다.
올해 어머니 94세 설날 평소에 잘 드시던 홍시를 가지고 갔다.
생전 처음보는 사람 보듯 고마워 하고 맛있다고 잘 드시는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한편 다행이다.
고장난 바코드, 결국 나의 미래 모습이라서 돌아오는 발길이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