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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전수현 자작시 #16

by 다정다감 전수현

낙동강




바람 한 점 없는 날

낙동강은 면경이 된다

입김으로 호호 불어

깨끗이 닦아 놓은 거울이다


이런 날에는

산도 가부좌를 튼 채

정수리를 물속에 넣고

깊은 선정에 들고

나무들도 거꾸로 서서

뿌리를 본다


강은 우거진 잡풀들 속

텃새들 둥지까지 뒤집어

세간살이를 들여다본다

속내가 무척이나 궁금한 게다


바람 없는 날 낙동강은

꼬깃꼬깃 감춘 허세들

하나씩 불러내서 독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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