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현 자작시 #16
낙동강
바람 한 점 없는 날
낙동강은 면경이 된다
입김으로 호호 불어
깨끗이 닦아 놓은 거울이다
이런 날에는
산도 가부좌를 튼 채
정수리를 물속에 넣고
깊은 선정에 들고
나무들도 거꾸로 서서
뿌리를 본다
강은 우거진 잡풀들 속
텃새들 둥지까지 뒤집어
세간살이를 들여다본다
속내가 무척이나 궁금한 게다
바람 없는 날 낙동강은
꼬깃꼬깃 감춘 허세들
하나씩 불러내서 독대 중이다.
시인 심리상담사 전수현의 브런치스토리입니다. ♡개인 시집 《석곡리연가》, 《쉼을 배우다》 판매중 ♡마음을 쓰다듬는 문장을 믿습니다. 상담실에서 피어난 이야기 삶의 온기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