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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

전수현 자작시 #17

by 다정다감 전수현

고목



말하는 법부터 배웠더라면

이처럼 많은 옹이 만들지 않았으리


어깨 내어줄 줄 몰랐더라면

뿌리조차 깊이 내리지 못했으리


선채로

모나서 정 맞는 돌과

잘나서 먼저 잘려 나가는 동료와

못나서 산을 지키는 고목들

무시로 보며


인내하는 법 깨우쳐

그럼에도 사랑하리라

기도할 줄 몰랐더라면

잔 바람에도 꺾이는 삭정이 되었으리


위로는 받들고

아래로 감싸는 법 배우지 못했더라면

다년생 잡목과 다를 바 없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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