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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노트 "괜찮아지는 중입니다" 연재

1편 "유치원 가기 싫어요"

by 다정다감 전수현

1편 "유치원 가기 싫어요, "




엄마 나랑 같이 있어줘

“엄마, 나 유치원 안 갈래.”

아침마다 눈물로 시작되는 하루.

이젠 엄마도 같이 울고 싶은 날이 많아졌다.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온 엄마는 이미 많이 지쳐 있었다.

“선생님,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저희 아이, 사회성이 부족한 걸까요?”

한숨이 앞서고, 목소리는 미안함으로 떨리고 있었다.


그럴 때 나는 조용히 묻는다.

“혹시 엄마도 아이와 떨어지는 게 힘들지 않으세요?”


엄마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말끝을 흐렸다.

“사실… 아직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두고 돌아설 때면 눈물이 나요.”

“아이가 없으면, 저도 하루 종일 마음이 허전해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정작 울고 있는 건 아이가 아니라 ‘엄마의 마음’인 경우가 많다.


분리불안은 때로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의 애착 감정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떨어지는 게 아니라, 서로 자라는 시간이에요.”


아이들은 자신이 안전하다는 확신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부모가 불안해하거나 죄책감을 느낄수록 아이는 그 감정을 고스란히 읽어낸다.


“엄마가 날 두고 가는 걸 힘들어해. 나도 불안해야겠구나.”


사실 유치원에 가기 싫다는 말속에는

‘혼자 남겨지는 두려움’과 ‘엄마의 사랑이 줄어들까 봐’ 하는 걱정이 숨어 있다.


이 시기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건, 혼내거나 타이르는 게 아니라 안심시켜 주는 일이다.


“유치원 갔다 오면, 엄마는 여기서 기다릴게.”

“엄마는 네가 자라는 걸 응원하고 있어.”


이런 메시지를 매일같이 일관되게 전해주는 것,

그게 아이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엄마도 괜찮아지고 있어요.”


나는 상담 중에 부모에게도 자주 이렇게 말한다.

“부모가 되는 건 매일 연습이에요.

처음 해보는 일 앞에서 당황하는 건 당연해요.”


그동안의 삶은 아이 중심이었고,

매 순간 아이에게 최선을 다해왔기에

이제 잠깐의 ‘거리’조차도 큰 결심이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이를 위한 ‘작은 분리’는 결국

엄마 자신에게도 필요한 ‘자기 회복의 시간’이 된다.


엄마의 웃는 얼굴을 본 아이는 ‘세상은 안전하다’고 느낀다.

부모가 나를 믿어줄 때, 아이도 세상을 믿게 된다.


“괜찮아지는 중입니다.”


분리불안은 병이 아니다.

그건 서로를 향한 사랑이 크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다만 그 사랑의 방식이 조금씩 성장해 가는 중인 것이다.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든다고

사랑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사랑,

그걸 배우는 시기가 바로 유아기다.


오늘 아침도 아이가 울면서 등원했을 수 있다.

엄마 마음도 여전히 아플 수 있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지금 이 시간도, 엄마와 아이는 함께 괜찮아지는 중이다.





<오늘의 마음 노트>


• “아이의 불안은 내 불안을 비추는 거울일 수 있다.”


• “떨어짐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연결의 시작이다.”


• “나는 괜찮아지는 중이다. 우리 아이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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