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현 자작시 #20
동대문시장 어느 신발 가게에서
신고 갔던 신발을 버리고 새신을 사 신었다
풀 죽은 몰골과 눈이 마주쳤으나
매몰차게 돌아섰다
새 신발은 억수로 좋을 줄만 알았다
낯가림이 심한 새 신발은
다음 날, 그다음 날도
발꿈치를 계속 깨물었다
비명 같은 피가 흘러도 물어뜯었다
길 옆 타이어집 폐타이어들이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바퀴를 넉 놓고 본다
버리고 온 내 신발의 눈빛이었다.
시인 심리상담사 전수현의 브런치스토리입니다. ♡개인 시집 《석곡리연가》, 《쉼을 배우다》 판매중 ♡마음을 쓰다듬는 문장을 믿습니다. 상담실에서 피어난 이야기 삶의 온기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