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현 자작시 #24
게으르게 뒤척이며
이따금
파르르 물비늘을 떠는
낙동강과 눈이 마주쳤다
초복과 대서를 지나
중복과 말복으로 가는 날 더위
이미 풀어진 눈의 강이
내 눈으로 흘러 들어와
머리에서 시작해 목을 타고
가슴골을 지나 발끝까지
노곤하게 흐른다
태아 때 살던 강
조상으로부터 이어져
지구 몇 바퀴를 돌 만큼 섬세하고 긴
강이 내 안에 뜨겁게 흐른다
태양을 날것으로 안고
시나브로 식히며 흐르는 낙동강이
여름 한낮에는 졸며 쉬며
숨 고르는 여유를 일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