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우리 아이는 왜 산만할까요?"
“선생님, 우리 아이가 너무 산만해서요…
수업 시간에도 돌아다니고,
집에서는 잠시도 가만히 있질 않아요.”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엄마의 표정에는
지친 마음과 미안함이 뒤섞여 있었다.
하지만 아이의 행동을 천천히 들어보면,
그저 ‘산만한 아이’라고 단정 짓기엔
너무나 다양한 모습이 숨어 있다.
여덟 살 민우는 상담실에 들어오자마자
의자에 앉기도 전에 방 안을 휘휘 둘러보고
장난감이 어디에 있는지,
선생님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엄마는 어디에 앉는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금세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책장을 뒤적이거나 쿠션 위에 올라갔다 내려왔다.
엄마는 아이의 행동을 제어하며 말했다.
“ADHD인가요…?
남들처럼 차분하지 못해서,
어딜 가나 눈치가 보여요.”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민우가 평소에도 질문이 많고,
새로운 것을 빨리 캐치하는 편인가요?”
“네, 맞아요.
뭔가를 보면 바로 관찰하고,
남들보다 먼저 행동에 옮겨요.”
나는 이렇게 설명해 준다.
기질검사를 해보면 더 정확히 알겠지만
“민우는 아마 ‘높은 활동성 + 강한 호기심’이라는 기질을 가진 아이일 수도 있어요.
그건 문제라기보다,
민우가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른 것뿐이죠.”
“산만한 게 아니라, 감각이 예민한 아이일 수도 있어요.”
많은 부모들이 ‘산만함’을
집중력 부족이나 주의력 문제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감각 예민성이나 기질의 차이인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 소리에 예민한 아이는 교실의 작은 잡음에도 집중이 흐트러질 수 있다.
• 촉감에 민감한 아이는 옷 태그 하나로 하루 종일 불편할 수 있다.
• 활동 욕구가 높은 아이는 오히려 움직이며 생각이 정리되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에게
“가만히 좀 있어!”, “왜 그렇게 산만하니!”
라는 말은 오히려 자존감의 뿌리를 흔들 수 있다.
“기질은 고쳐지는 게 아니라, 이해받아야 해요.”
기질은 타고나는 성향이지만,
양육 환경과 관계를 통해 조율된다.
민우 같은 아이에게 필요한 건
차분함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면서도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 학습 시간은 짧게, 자주 끊어서
• 손으로 조작할 수 있는 도구를 활용해서
• 쉬는 시간에는 마음껏 뛰어놀게 해 주고
• 긍정적인 언어로 감정을 조율해 주는 대화 연습
“너 왜 그래?” 대신
“지금 네 마음이 궁금해.”
라는 말이 아이의 뇌와 마음을 훨씬 안정시킨다.
아이들은 문제를 일으키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자기감정을 아직 말로 설명하지 못할 뿐이다.
몸으로 먼저 표현하는 것,
그게 그 아이가 세상을 살아내는 방식이기도 하다.
상담을 마칠 즈음,
민우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민우가 불편했겠구나…
저는 문제를 고치려 했던 거였네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민우도, 엄마도 괜찮아지는 중이에요.”
• “우리 아이의 ‘산만함’은, 어쩌면 감각이 예민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
• “기질은 잘못된 게 아니라, 조율될 수 있는 것이다.”
• “이해받는 경험은 아이의 마음을 깊고 단단하게 만든다.”
• “부모가 감정을 알아봐 줄 때, 아이도 자기 안을 들여다본다.”
• “지금 이대로도, 우리는 괜찮아지는 중입니다.”
내 아이가 산만하게 행동하고
자주 그런 말을 많이 듣는다면
증상에 대한 약처방보다 먼저
기질검사를 해보자.
학교 Wee클래스(상딤실) 또는
가까운 심리상담센터를 방문해서
엄마와 아이의 기질검사를 같이 하고
기질에 맞는 양육코칭을 받으면
타고난 기질을 잘 성숙시키는
양육을 할 수 있다.
"기질을 알고 보면 모든 아이는 건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