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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소멸(한병철) 01

한병철

by 글씨가 엉망
"디지털 질서는 세계를 정보화 함으로써 탈사물화 한다"

정보화라는 변화는 모든 방향에서 우리의 삶을 둘러싸고

사물(물자체)에 대한 접촉과 소통을 차단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차단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조차 자발적으로 박탈당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물이 주는 존재와 오감으로의 느낌이 아닌

전기적 신호로 구성된 정보의 이름으로 무자비하게

우리에게 소통을 강요하고 있다.

그러한 소통에서 소외되는 삶을 외로움이라는

감정의 전기적 신호를 받게하고 있으며,

고독이라는 승화된 감정의 이름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 .

고독, 고통, 즐거움, 불안, 우울 ......

모두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오감의 신호이다.

하지만 정보는 오감의 신호 또한

정보의 조합으로 판단되어지고 있으며,

손에 잡히게 또 사물처럼 존재가 확고하지 않다.

"사물은 존재함으로써 과거,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서사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정보가 가지는 사용성의 소멸은 곧 가치의 소멸로 연결되어

어느덧 사라져버리거나 소산되어지게 된다.

폭우처럼 쏟아지는 정보는 우리의 인지시스템을

망가뜨려 우산없이 정보의 폭우를 받아야하며,

방향성이 없는 정보는 수요자의 선택에 따라

그 존재가 바뀌게 되는 것이다.

결국 존재의 굳건함이 없는 먼지와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보의 우주론은 존재의 우주론이 아니라 우연의 우주론이다."

정보의 인플레이션은 사물에 대한 무관심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기기의 액정과 손가락만이 그 가치를 나타내듯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상황은 인간을 존재하며 사물과 세계를 느끼는 것이 아닌

정보를 교환하는 역할만 남아있게 하고 있다.

AI와 정보의 조합은 미래의 우연성과 불안감을

없앨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숭상되고 있으며,

우리의 근심거리를 없애주는 것처럼 인식되어지고 있다.


"정보는 서사성이 없다. 정보의 양과 크기는 측정할 수 있으나
서사성이 없어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결국은 조각난 정보를 조합하지 않는 이상

정보로서의 가치도 없어

우리는 끝없이 삶을 조합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질 지도 모른다.

조합된 정보에서만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상황이 오면

자율성을 상실한 우리의 삶은 결국

알고리즘에 의해 판단되게 되며

진실과 거짓 또한 정보의 조합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가칭)하이퍼 가상공간에서의

삶이 도래 할 수 도 있다.


" 진실의 가장 큰 가치는 불변과 연속성이다."

그것은 곧 사물과의 연결을 의미하며

정보의 조합이 일상의 존재가치를 대신해서는

진실조차 조합될 수 있다는 경고로 받아 들일 수 있을 것 같다.


" 우리는 정보를 쫓아 질주하지만 깨달음에 이르지 못한다. 우리는 모든 곳을 갈 수 있지만 단 하나의 경험도 하지 못한다. 끊임없이 소통하지만 공동체에 속하지 못한다. 엄청난 데이터를 저장하지만 기억을 되짚지 않는다. 친구와 팔로워를 쌓아가지만 타자와 마주치지 않는다. 그리하여 정보는 존속과 지속이 없는 삶을 만든다"



참고문헌 및 인용

1. 한병철 사물의 소멸 中 "사물에서 반사물로"(김영사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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