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자전거를 탈 줄 모르는 사람 #05
찢어진 책과 소심한 반항
어느 날, 아버지는 원하지도 않았던 책 전집을 사왔다.
얼마가지 않아 비싼 책을 읽지도 않는다고 꾸짖으며 책을 찢어 바닥에 던지는 장면은 이제 더 이상 낯설은 장면이 아니었다.
“집에서 제일 읽지 않는 책 가져와”
라는 고함소리와 동시에 나는 전집 중에 몇 권을 가지고 간다.
다 찢겨 버려질려면 아직 한참 남아있었다.
나는 그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지켜보았다.
책들이 모두 찢기고, 결국엔 쓰레기통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소심한 반항이었다.
어느 날 책들은 갑자기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더 이상 반항 할 대상이 없어진 것이다.
어쩌면 조금은 섭섭했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