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없이 엄마가 되다]를 쓰게 된 이유
이 글을 쓰기 위해 브런치에 가입을 하고 작가 신청을 하여 글을 쓴 지 3달의 시간이 지났다.
막연하게 시작한 글이 아니어서 세세한 기억까지 올리다 보니 꽤 긴 글이 되어버렸다.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게 된 계기가 분명하여 이 글의 끝에 꼭 그 이야기를 남기고 싶었다.
작년 10월쯤 내가 속한 팀에 나보다 나이가 몇 살쯤 많았던 여자분이 입사했었다.
그리고 입사 후 3일 만에 퇴사를 했다.
그 사정은 팀장님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면접 때 엄마가 돌아가신 지 3개월 되었고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느끼고 있다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사람들 틈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했더란다.
3일 만에 퇴사 요청을 한 것은 아무렇지 않은 척 일을 배우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기엔
갖고 있는 아픔이 너무도 크다는 이유였다고 했다.
그분의 사정을 듣고 나니 나 역시 같은 이유로
엄마가 돌아가신 지 3개월 만에 취업해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애를 썼던 것이 떠올랐다.
[참조 : 공기 같던 엄마의 칭찬이 없으니 주눅 들었다.]
그분에게 따로 위로를 건넬 수는 없는 사이지만
어쩌면 '내가 보냈던 시간들이 누군가에겐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 글을 쓰기로 맘먹었다.
죽을 만큼 힘들었던 시간, 가까운 친구들에게 조차 나의 슬픔을 드러내 본 적 없다.
하지만 이 글에서 만큼은 어디까지 드러내야 할지 고민이 없었다.
누군가를 위로하는데 나의 경험이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첫 번째 글 [다시 또 만날 거야 어떤 모습이라도]에서 썼듯이
내게 남은 시간은 엄마와 함께한 시간보다 엄마 없이 살아가야 하는 시간이 더 많다.
엄마 없는 20대 초반 엄마를 잃고는
'왜 내 주위에서 나만 엄마가 없는 거지'라고 불공평하다고
왜 이런 일이 하필 나에게 일어나는 거냐고 생각하던 날들도 있었다.
많이 울고 힘들어하며 어느 날 깨달았다.
남들은 이 시간을 공부도 할 것이고, 돈도 벌 것이고, 좋은 사람들도 만날 텐데,
나만 엄마가 없어 불쌍하다고 1년쯤의 보너스가 주어지는 것도 아닌데 라는 것을.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을
스스로 불공평하다는 생각에 빠져 망쳐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불평하고 울고만 있기엔 아까운 시간들을 잘 버텨보자 생각하게 됐었다.
버티던 시간들은 어느새 애쓰며 살지 않아도 자연스레 흘러가는 시간이 되었다.
그렇게 모두에게 공평했던 10여 년의 시간이 지났다.
현재 내가 느끼는 솔직한 감정을 포장 없이 쓰고 싶다.
난 너무도 힘든 시간을 보낸 건 분명하지만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치유하며 지금의 단단한 내가 되었다.
흐르는 시간은 모두에게 같다.
하지만 불공평하다고 여겼던 엄마와의 이른 이별은 내가 누구보다도 단단해질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그 시간을 잘 버텨 온 내겐 이 글을 쓰는 동안 엄마를 다시금 회상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힘들었던 20대 초반의 내게 돌아가 어떠한 위로를 건넬 수 있다면
시간이 지나 다 좋아질 거라고.
넌 10여 년이 지나 귀여운 딸과 함께 하는 하루하루가 행복할 것이며
인터넷 쇼핑으로 상세페이지와는 다른 느낌의 옷이 와도
사이즈만 맞으면 쇼핑을 성공한 듯 소소한 것에 행복해하는 사람이 될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내 엄마에게
내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수없이 많고 많은 말을 줄이고 줄여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엄마. 나 엄마가 없어서 한참은 평범한 가족 외식을 보면 눈물부터 날 것 같았어.
딸이랑 엄마랑 서로 계산하려는 모습을 보면 엄마한테 맛있는걸 많이 사주지 못해서 부러워 죽을 것 같았고.
근데 나 또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 내가 엄마인 가족을 만들었어.
어떻게 이렇게 됐는지도 모르게 엄마 없는 시간은 참 빨리 가버리더라.
그래서 나와 내 딸이 서로 계산을 하려는 미래도 멀게 느껴지지 않아.
나 그렇게 행복한 가족이 될 수 있게 더 열심히 살게.
어떤 날
사회초년생일 내 딸이 직장생활이 힘들다고 울면
넌 어쩜 우는 모습이 연예인 누구보다도 예쁘니라고 황당해서 웃게 만들던 엄마 따라 할 거야.
여전히 엄마의 모든 순간이 그리워
나 많이 사랑해주고 많이 안아줘서 정말 고마워.
앞으로도 늘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