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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희 Jan 03. 2022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을 겪은 사람은 나다.

엄마가 많이 아파요

앞의 [나와 같은 시간을 보낸 당신에게]에 썼듯 난 기억력이 참 좋은 편이다.

그래서 나는 엄마와 이른 이별을 했지만 유아시기를 빼고는 엄마와 함께한 기억들이 꽤 많은 편이다.


당연히 엄마와 했던 시간 중 가장 생생한 기억은 돌아가시기 직전이다.

엄마의 갑작스러운 입원 후 나는 다니던 회사를 관뒀고 늘 그렇듯 엄마와 많은 시간 대화를 나눴다.


어린 시절부터 '모녀가 왜 이렇게 늦게까지 수다를 떨어, 제발 잠 좀 자라'던 아빠의 호통이 잦았을 만큼 대화가 많던 우리였기에 병동 취침시간이 돼서 전체 소등을 했을 때도 복도에 나와 소곤소곤 대화를 이어갔다.


엄마는 요즘 암이 병이냐며 수술이던 투석이던 열심히 받고 나아서

건물 청소하는 일이라도 좋으니 다시 일을 시작할 거라고 했었다.

그리고 주말마다 등산을 가서 건강을 회복할 거라며 씩씩하게 말했다.


네가 회사를 관뒀지만 엄마랑 함께 있어서 참 좋다는 말과 친척 누군가와는 다르게 공부를 더 하고 싶다. 유학을 보내달라는 투정 없이 잘 커서 기특하다. 단 한 번도 취직하라고 잔소리를 한 적 없는데 알아서 취업하고 어린 나이부터 2년을 일한 게 얼마나 기특한지 모르겠다는 말을 해주던 엄마였다.


난 긍정적으로 병을 이겨나가려는 엄마가 참 좋았다.

그리고 진심으로 그렇게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엄마에게 남은 시간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그러니까 아빠와 나는 직접 말을 안 하면 엄마도 모를 줄 알았다.

안 그래도 많이 아픈 엄마가 알게 된다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되진 않을까 그래서 더 나빠질 곳도 없는 몸이 견디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컸지만 사실 어찌 말을 해야 하는지를 몰랐다.


엄마가 돌아가신 뒤

엄마의 언니이자 가장 엄마와 쏙 빼닮은 이모가 내게 해 준 말에 난 슬픈 감정을 이겨 낼 수 없었다.


엄마가 너랑 아빠 없을 때 정말 많이 울었다고, 엄마는 본인의 상태를 모를 수 없었기에

'언니, 나 죽나 봐'라고 정말 많이 울었다고...

엄마는 식당 종업원도 못 부를 만큼 내성적인 사람인데,

화장실에서 더는 울 수도 없을 만큼 오열했다는 이모의 말에 나는 무너졌다. 

전해 들은 말이지 내 기억이 아닌데

난 지금도 그 화장실에 엄마와 함께 있는 것만 같다.

엄마를 너무 잘 아니까 어떤 표정으로 어떤 음성으로 울었을지 빤하니까.






엄마가 많이 아파요 그렇게 예민하신 데
우리를 보고 웃네요 이모가 오니 우네요
.
.
엄마는 아직 몰라요 시간이 이제 없단 걸
말해줄 수가 없어서 우린 거짓 희망만 주네요

언젠간 잘해 줘야지 그렇게 미뤄만 두다가
이렇게 헤어질 시간이 빨리 올 줄 몰랐죠
엄마 이제 나는 나는 어쩌죠
.
.
하느님 불쌍한 우리 엄마 한 번만 살려주세요
엄마가 무서워하세요 좀 더 시간 주세요
내가 제일 사랑하는 분이에요

- 015B, 윤종신 '엄마가 많이 아파요'



17년도 10월 아이를 출산한 지 한 달이 지난 뒤

평소 콘서트까지 갈 정도로 좋아하던 가수 윤종신 님이 부른 노래가 나왔다.

015B 정석원 님이 쓰신 '엄마가 많이 아파요'라는 노래


이미 7년 전 엄마와 이별하여 힘든 시기를 꽤 버텨낸 나였다.

임신기간은 엄마 없이 엄마가 되어야 하는 상황을 상상하며 대비하던 시간이었고 그렇기에 죽을 것 같던 분만 때도 출산 후 병실에 혼자 남았을 때도 씩씩할 수 있었다. 이제 시작이었으니...

하지만 내 의지와 다르게 아이를 안아쟤우다 이 노래를 듣고 눈물이 터져버렸다. 이런 상황은 내 상상엔 없었다.


이 노래를 들으면 엄마가 있는 분들도 눈물을 흘리는데 그때의 나라고 울지 않았을 리가.

너무나 내 얘기 같은 가삿말의 그 노래는 날 울렸다.


이 노래는 이제

병원에서 우리 없이 울었던 엄마에 대한 기억과

출산 후 집에 와 신생아였던 내 딸과 집에 단 둘이 있다 터져버린 내 감정이 동시에 떠오르게 만드는 노래다.


엄마가 돌아가시면 내가 엄마와 함께 한 기억 외에도

내 마음을 흔들만한 일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고작 노래 하나로도 그렇다.

너무나 씩씩하게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일지라도 앞으로 이런 일들은 계속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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