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내려놓고 바라본 풍경

기억은 흐려져도, 감정은 오래 남는다

by Heartstrings

처음엔 뭐든 담고 싶었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잊어버릴까 봐, 놓칠까 봐
셔터를 눌러 마음을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의 온도, 바람, 냄새 같은 건
사진 한 장에 담기지 않는다는 걸
오래지 않아 깨달았다.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나는 관찰자가 된다.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
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

그래서 어느 날은
그걸 내려놓았다.
기억하려는 마음보다
느끼는 마음이 먼저였기에.

이따금 그런 순간이 있다.
기록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그저 내 눈에만 담기고
마음속에만 남겨지는 순간.

그건
아주 개인적인 풍경이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살아 있다’고 느끼기 위해 마주한 장면.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흘러드는 숲길,
아무도 없는 골목 어귀의 고요함,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배경처럼 흐르는 어느 오후.

카메라를 들었더라면
나는 그 순간을 ‘찍었겠지만’,
그 순간을 ‘살지는’ 못했을 것이다.

사진이 남기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그곳에서 느껴지는 공기의 결,
나도 몰랐던 마음의 움직임,
아무도 모르게 스며든 감정들.

그 모든 건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마주해야만 보이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가끔은 일부러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걷는다.

기억은 흐려질지 몰라도,
그때의 감정은 오히려 더 오래 남는다.

내가 진짜 ‘그 순간에 있었던 사람’이 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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