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과의 짧은 연결이 건넨 온기
그날은 아무 일도 없을 예정이었다.
계획도 없고, 목적지도 없는 오후.
나는 그냥
어느 도시의 골목을 느릿하게 걷고 있었고,
그 골목 끝에서
누군가와 마주쳤다.
모르는 사람이었다.
짧은 시선이 스쳤고,
그 사람은 아주 작게 웃었다.
그 웃음은 인사도 아니었고,
무언가를 요청하는 표정도 아니었다.
그저 ‘존재를 알아본다’는,
아주 작고 조용한 인정의 눈짓이었다.
이름도, 말도, 어떤 관계도 없는데
그 미소 하나가
내 안에 조용히 남았다.
마음 한쪽이
따뜻하게 눌리는 느낌.
말 한마디 없는데도,
나를 응원받은 것 같은 기분.
요즘은
서로를 알아본다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시대라서일까.
그 익명의 미소 하나가
오히려 가장 인간적이었다.
나는
고개를 살짝 숙여 화답했고
그 사람은 이미 골목 너머로 사라졌다.
아무 일도 아닌 것 같았지만,
그 순간 이후
내 발걸음은 조금 가벼워졌고
내 마음은 아주 조금, 풀어졌다.
가끔,
이런 작은 순간 하나가
하루 전체를 따뜻하게 바꾼다.
그건 인연도 아니고,
기억도 남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날 나를 지켜준 감정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건넨 미소 하나.
그 안엔 말보다 많은 위로가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