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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들어가 보기 전엔,
물맛을 모른다

"해보기 전엔 모른다."

by 투망고
KakaoTalk_20250718_154306812.jpg 윤현진/ 24년 미술이야기


수영을 시작한 건 단순한 실행이었다.

다이어트도, 건강도, 영법을 마스터하겠다는 거창한 목표는 없었다.

그냥 ‘재미있겠다’는 마음, 예전에 배우다 만 것에 대한 찝찝함, 그 마음이 ‘등록’이라는 행동으로 이어졌고

그 작은 실행으로 나는 매일 새벽 물속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되었다.


처음엔 초급반이었다.

한 바퀴 도는 것도 버거웠고, 다이빙하는 상급반은 감히 내가 범접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 내가 지금은 상급반 3년 차.

다이빙도 하고, 오리발도 차고, 스노클링도 하며

겨울이나 여름이나 매일 새벽 물속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나는 여전히 자세가 어설프고, 하루라도 빠지면 안달이 나는 ‘수영 마스터’도 아니다.

그저 꾸준히 했고, 그래서 모든 영법을 익혔고

무엇보다 ‘물에서 놀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이 변화는 계획이 아니라 경험의 축적에서 왔다.


추운 겨울 새벽, 발끝부터 퍼져오는 냉기를 참아가며 물속으로 들어간다.

한참 수영을 하다 보면 물이 미지근하게 느껴지고,

나와서 샤워를 마친 후 찬 바람을 맞을 때면,

몸과 마음에 파이팅의 정신이 절로 든다.

이 기분은 직접 해본 사람만 안다.

매일 헐벗은 몸을 드러내고 같은 공기를 마시는 우리는 너무나 잘 안다.


수영을 하다 보니, 어느새 그림에도 수영이 들어왔다.

아이들과 수업하다 보면 인체표현 드로잉의 단골메뉴가 되었고,

내가 모델이 되어 수영 자세를 그려보기도 한다.

어떤 날은 스케치 없이 펜으로 바로 그려보기도 했다.

물속의 흐름을 따라가듯, 펜도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수영을 좋아하는 아이는 좋아하는 대로,

물을 무서워하는 아이는 그 두려움을 털어놓는 대로

저마다 ‘수영’이라는 주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눈으로 보는 수영과 몸으로 해보는 수영은 다르다.

눈으로 보는 그림과 손으로 그리는 그림도 다르다.

경험은 언제나, 생각을 이긴다.


이 글들도 그렇다.

'책을 내야지', '몇 편이상 써야지'라는 포부는 없었다.

그저 순간의 생각과 감정을 언어로 옮겨보고 싶었다.

오래전부터 마음속에만 품고 있던 욕망을

브런치라는 도구에 담아 실행해 본 것이다.

그 작은 실행의 결과가 어디로 이어질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의 나는 그저 이 경험을 이어가고 있다.

몸으로, 마음으로, 그리고 글로.


직접 해봐야 알 수 있는 감각이 있다.

그 감각이 몸과 마음을 움직이고,

그 움직임이 또 다른 실행으로 이어진다.

내가 아는 모든 변화는

항상 그렇게, 작은 실행 하나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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