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출근
김혜련
교직 생활 삼십 사년
그 청동빛 철대문을 닫고 명예 퇴직하던 날
모든 걸 다 버리고 나온 줄 알았는데
뼈마디마다 점점이 박힌
이끼 냄새 풀풀 풍기는 성실함만은
끝내 버리지 못하고
신발 밑창에 달라붙어
발길 닿는 데마다
질척질척 올라오네
이포리 좁다란 골목 끝에
어둠이 팥알처럼 검붉어지면
두꺼운 옷을 껴입은 성실함이
한쪽 귀퉁이가 다 닳은 삽을 들고
오늘도 어김없이 밤(夜)의 무덤을 파헤치러
또 다른 출근을 서두른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