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폭파하기

내가 건너가야 할

by 김종진

오늘날 수많은 다리들이 파괴되고 있다. 전쟁을 하면 맨 먼저 적국의 항만과 도로와 비행기 활주로나 다리에 포탄을 날리게 된다. 그렇게 해야 상대국의 최신의 무기들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활주로가 없는데 어떻게 전투기가 떠오를 수가 있는가? 철로가 없는데 어떻게 기차가 움직일 수가 있을까? 그래서 전쟁을 하게 될 때 이런 다리들을 먼저 공격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서로가 상대방의 다리들을 파괴하는 것은 돌이켜보면 전쟁이 끝난 후에 보통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서로 오고 가야 하는 다리들을 이렇게 부숴놓으면 적들만 불편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그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하는 이유는 미움과 적개심과 보복심리 때문이다. 훗날을 생각하는 신중함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분노와 미움과 증오에 사로잡혀서 물불 안 가리고 다 파괴하는 것이다. 자기도 망가지는 것을 생각지 않는다.


오늘날 수많은 가정들이 파괴되고 있다. 가정들이 파괴된다는 것은 가족들 사이에 연결된 다리들이 폭파된다는 의미이다. 양국관계가 좋았을 때에 건설된 다리들이 많다. 시댁과 처가에 다리가 연결이 된다. 오고 가는 다리를 만들 때 사는 것이 힘들어도 웃음꽃이 피고, 음식들 향기로 인해 옷에 냄새가 다 벨 지경이다. 선물들이 오고 간다. 두 사람 사이에 수많은 다리들이 연결된다. 두 사람의 친구와 고향친구와 고교동창생들과 회사친구들 사이에도 다양한 다리들이 연결된다. 때로는 교회와 사찰들까지 이 다리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드디어 이 다리를 연결하는 법적인 세리머니로 웨딩마치를 울린다. 축포가 터지고 다리 개통식에 모인 사람들로 인해서 인산인해가 된다. 명사들에게는 이 일이 신문지상과 인터넷상에서 큰 이슈가 되어 지면을 장식하기도 한다. 유명인들의 다리 놓기는 많은 기자들의 한 달 생활비를 공급할 정도의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 다리를 연결하게 된 이야기가 조회수 1등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 다리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어두운 그늘 저편에서 내 배우자나 내 자식이 다리에 폭약을 설치하는 소리를 듣는다. 상대방은 어떻게 끌고 왔는지 포클레인을 끌고 와서 다리 난간을 찍어내리는 소리에 밤잠을 잘 수가 없다. 다리 곳곳에 가족들의 추억이 깃든 멋진 화보들이 먼저 찢겨 나가서 한쪽에 타오르는 불에 던져진다. 이 불이 꺼질 줄을 모른다. 이럴 걸 왜 그리 비싼 사진들은 찍었는지. 메인 다리에는 수많은 작은 다리들이 연결되어 있는데 이 다리들에도 충격이 가해져서 살점이 떨어져 나가듯이 바닥에 동그라진다. 이들의 전쟁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법부에 합법적으로 이 다리를 폭파할 허가를 받기 위해서 전문인을 고용한다. 어떤 경우는 범죄혐의로 상대방을 경찰에 고소하기도 한다. 그동안 흉악한 범죄자와 자기가 살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다리에 금이가고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상대방 때문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엄청난 힘과 지혜와 돈을 동원해서 성실하게 소송을 진행한다. 다리가 생기기 전부터 모아둔 증거물들이 재판정에 가득하다. 1차 판결이 나도 그들은 멈출줄 모른다. 반드시 대법원까지 가는 경우도 가끔 본다.


70년대인가 80년대인가 한 회사를 소개하는 유튜브를 보다가 사내 식당에 붙어 있는 이런 글을 보았다.

[새마을 가족식당]

<금주의 명언>

남을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은 자기가 앞으로

지나가야 할 다리를 파괴하는 사람


내가 내 일생에 몇 개의 다리를 만들 수 있을까? 그것도 사랑하는 이들과 마음과 뜻을 다해서 혹은 혈연으로 평생을 공들여 만든 다리를 폭파한다는 것은 결국 내가 그들을 도무지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모든 다리를 다 파괴하고 자기가 만든 무인도에서 혼자 남아 내가 이겼다고 해 본들 뭐가 남는가! 오늘도 무너진 다리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착잡하다. 다리 폭파하고 행복하게나 살면 좋을 텐데. 곳곳에서 후회와 회한의 한숨소리와 곡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꼭 벤틀리나 포르셰만 다녀야 다리인가!

우마차가 다니더라도 서로 오갈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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