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복권을 3장 샀다.
집 근처에 로또 당첨 대박집이 있는데
벌써 10년 새 10번이나 당첨된 행운이
그곳에서 나왔다고 했다.
대부분 마케팅 멘트 중 직설적인 화법이
불편할 때도 있는데
<로또 명당>이라는 플랜카드가 붙어 있는 게 그렇게 마음에 와닿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1등 당첨금이 69억이었다.
어릴 때부터 꽤 운이 따르는 편이었다.
뭔가 돈이 ‘이번엔 진짜 고갈이 될 것 같은데’ 싶을 무렵에 어떻게든 돈 나올 구멍이 생겼다.
물론 엄청 많은 돈은 아니었지만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심리적 충족이었다.
아마 이건 앵꼬를 견디지 못하는
나의 성격과 집념(?)과 관련이 있겠지만,
그것 또한 애쓴다고 부족한 돈이 생기는 건 아니니 확실히 내가 가진 운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로또나 연금복권을 사면 내가 어처구니없게 그 몇천만 분의 1이 될지도 모른다는 묘한 불안감과 기대심리를 저버릴 수가 없다.
로또로 사놓고도 지갑에 모셔놓고 있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MBTI 검사상 J인 내가 아직 큰돈이 들어왔을 때에 대비한 어떠한 전략이나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되어 버린다면
그 얼마나 당혹스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이유들은 정말 되었으면 좋겠다는 기괴하고도 간절한 내 소망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엄청난 간절함에 비해 나 스스로도 코미디라고 느끼는 건 당장
‘복권점에 걸어가는 게 너무나도 귀찮아서 인터넷 복권점에서 온라인으로 내 행운을 빌었다는 점’이다.
제.. 발.. 돼.. 게 해주세요.
착하게 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