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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힘들어졌다

by 아론

누군가 처음 말했을 것이다. '아 피곤하다.' 요즘 아침마다 입에 달고 지내는 말이다. 30대에 들어서니, 이곳저곳 아픈 곳이 부쩍 늘었다. 40대가 두렵다.

(삶의 선배님들께는 양해를 구합니다. ㅎㅎ...)


모든 일상보다는, 아직(?) 아침에 일어났을 때가 가장 힘들다. 몸 곳곳 근육통이 최근 내린 첫눈처럼 소복이, 빠짐없이 덮여 있다. 온몸이 아프다.


기껏 일찍 일어나 글도 쓰고 밀린 일들을 해치우려 했건만 더는 누워서 안될 시간까지 뭉그적 거린다. 후회를 하면서 후회할 일을 한다.




목도 칼칼하고 코도 맹맹하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걸까, 생각해 보면 20대 때도 그랬던 것 같다. 다만 통증은 지금 이 순간에만 찾아온다. 예전에 아팠는지는 모른다.


운동도, 식단도 꼬박 챙기며 몸에 좋은 것들을 때려 넣는데도, 얼음물을 끓이며 찬 물이기를 바라듯 몸은 삽시간에 방전된다. 글을 쓰다 보면 눈도 시리다.


그러다 헬스장에서 몽롱한 운동을 마치고 샤워장에 들어가다 옆구리에 밤하늘에 박혀있어야 할 북두칠성이 알알이 박혀있다. 대상포진이다.


어느 날은 가족들의 감기 소식에 내심 '조심 좀 하시지' 라며 으스대다 잦아지는 기침과 몸살 기운에 중력을 온몸으로 느낀다. 감기는 아니었다. 독감이었다.


어쩌면 아침이 힘들어진 건, 계절의 변화 때문일지도, 감기가 부쩍 유행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끔 몸져누워 떠오르는 생각 중 하나는 여태 막 굴려온 결과가 지금에 이르러서야 터져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





10대, 20대 때는 한겨울에도 반바지를 입거나 패딩 안에 무조건 반팔티를 입었다. 버스나 지하철에 타면 한여름에 머무른 사람처럼 앉아 있었다.


매일을 그렇게 보낸 건 아니지만, 그때의 결과가 지금에 이르러서 나온 게 아닐까 하는 상념에 빠져본다. 그럴지도, 아닐지도 모르지만.


아침이 부쩍 힘들어졌다. 앞으로도 계속 힘들어질지는 두고 봐야 할 노릇이다. 그럼에도 나는 현재의 통증만을 느끼기에, 쓸모없는 계획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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