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관계를 대하는 방법
친구들과 서먹서먹해질 때, 서로가 없었던 시간의 크기만큼 멀어져 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런 경우에 한 잔의 술과 과거의 이야기들을 하다 보니 꺼내게 되는 자잘한 에피소드들 속에서 울고 웃으며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우리는 친구들과 만나서 자리를 갖는 것에 대해 과거를 회상하며, 그때의 즐거웠던 추억을 안주 삼아 자리를 만들어가기 때문에 그 자리가 더 즐거워진다. 친구는 나의 과거를 기억해 주는 소중한 사람이며, 가족들만큼 오랫동안 삶을 함께할 중요한 사람들이다.
친구들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만들어야 한다. 학교 다닐 때에 친구는 만들기가 쉽다. 학교에서 같은 반에 모여있으면 말이라도 한마디 걸게 되고 관심사를 주고받으며 친해진다. 다음 해에 반이 바뀌면 단짝들과도 거리가 멀어진다. 여러 해가 지나고 만나게 된 친구는 내 기억과 달라졌기에 실망하거나 거리를 두게 된다. 그럼에도 새롭게 만나는 친구들과 금세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신기한 건 성인이 되어서 친구를 만날 때, 방법이 똑같다는 것이다. 다만 다가설 때의 머뭇거림이 많아졌기에 그로 인하여 거리가 좁혀지기 쉽지 않다. 바뀐 건 없다. 어렸을 때와 우리는 덩치와 마음의 성장 정도 변하지 않았을까? 나머지는 똑같다. 동호회 같은 모임에서 금방 친해지는 이유도 그런 게 아닐까. 학교에서 사회로 무대가 바뀌었지만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관심사를 통해 친구가 되는 것은 매한가지다.
다만 자라나는 과정에서 비뚤어진 사람들이 종종 있다. 우리는 이런 관계에 크게 상처받고 상심한다. 물론 이런 사람들을 피하는 건 좋겠지만, 피하려다가 아무런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무리 집순이, 집돌이라도 평생 혼자 집에서 있으라고 하면 누가 삶에 의미를 둘 수 있을까?
최근에 넘겨짚는 말로 잘못된 이해로 단정 짓는 친구에게 크게 상처받았다. 상처를 입으면 약을 바르기보다 얼마까지 아파질 수 있을까에 대해 먼저 생각하는 성격 덕분에, 먼저 서로의 입장을 헤아려보고 마음을 정리하다 '상대방에 대한 나의 기대'를 발견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의 대답이나 반응을 기대하고 그 기대가 실현되지 않았을 때 상처받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대치를 최소치로 맞추고 살아가는 것이 새로운 관계를 대하는 태도로 자리 잡으며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다 필요할 때 꺼내 쓰며 살아가고 있다. '아, 내가 저 사람한테 이만큼의 기대를 하고 있었구나.' 하고 말이다.
조금 딱딱하지만, F가 T들과 어울려 살아가려면 필요한 마음의 준비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