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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 Feb 11. 2024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큰 외삼촌에 대해

태어나기 전 외가에는 돈이 많았다. 다만 정상적이지 못했다. 졸부 집안의 몰락이랄까, 외가에 갈 때마다 멀끔한 나의 큰 외삼촌은 사업에 수없이 실패했다. 빚에 허덕이며 숙모 집안까지 빨아먹다 파산했다. 우리 집도 마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적당한 회사에 들어가 월급쟁이 생활만 했더라도 중간은 갔을 텐데, 식료품 사업을 벌이다 사촌 형이 장성할 때쯤 망했다. 잘 살 때 찾아갔던 그 집은 무척 좋았다. 신축 아파트에 차도 자주 바꾸곤 했다. 먹을 것도 많이 사주셨다.


우리 집은 봉이 었다. 벌리는 돈을 하나 둘 퍼붓다가 우리 집도 빚에 허덕였다. 그 돈을 은행에만 넣었어도 아파트 몇 채는 샀을 텐데, 풀어져나가는 쇠사슬을 지나치지 못한 채 우리의 손도 다 베이고 찢어지고 다쳤다.




쌓을 때는 영원할 것 같더니 무너질 때는 하염없이 처박혔다. 지금은 다들 어디 사는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받은 연락은 60만 원만 빌려달라는 문자 한 통이었다. 내가 20살 때 즈음이었다. 선을 넘었다는 생각에 차단했다.


친가도 외가도 다 그냥 남이었으면 좋았을 사람들 밖에 없다. 왜 이런 삶이 나에게 주어졌는지를 한탄하곤 했지만, 이런 사람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와 글을 적어야겠다. 추악한 인간들도 잘만 살아간다, 후회스럽고 아파할 수 있겠지만 그 책임을 그들이 지려면 나는 살아내야 한다. 충분한 오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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