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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 Mar 10. 2024

첫 죽음

친할아버지 이야기

중학교 2학년 때 친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별세하신 날은 마침 어머니와 병문안을 갔을 때였고 복수와 욕창으로 힘겹게 연명치료만 하고 계셨다. 도착하고 인사를 나눈 후 기괴한 소리와 의사, 간호사분들이 한꺼번에 뛰쳐 들어왔다.


몇 분 뒤, 축 쳐진 할아버지는 터져 나오는 울음들을 뒤로한 채 돌아오지 못하셨다. 죽음이 실감 나지 않았고 잠시 비용 처리와 화장터를 고르던 시간이 이어졌다. 병실에는 할아버지였던 것과 내가 남았다. 문 틈으로 보신 어머니는 내가 할아버지 손을 잡고 '할아버지 손이 추워'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고 그날을 회상하셨다.




병실에 울려 퍼졌던 울음 중 일부는 가식적으로 들렸다. 곁을 지키며 생리현상을 돌보아야 했던 친할머니가 그랬다. 친할머니는 나의 아버지의 어머니가 아니다. 젊었을 적 친할아버지는 재혼하셨고, 친가에 놀러 가면 애매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가족과 남 사이에 걸쳐있달까.


용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요구해 왔었고 우리는 바보같이 묵묵하게 상납해 왔다. 거동이 불편하지도, 벌이가 없는 것도 아니면서 빈번하게 손을 벌렸고 유산마저 한 푼도 주지 않은 그들이 몹시 밉다.


할아버지께서 떠나신 후 친가는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좋아하셨던 새들과 강아지는 팔려가거나 버려졌다. 아버지의 자취는 금세 자리를 잃었다. 그나마 믿었던 할아버지의 상가마저 그들의 손으로 넘어갔고 아버지는 포기각서까지 작성했다고 한다. 무엇을 위해 우리는 헌신짝이 된 걸까?


내가 기억하는 첫 죽음은 몹시 차갑다. 괜스레 나의 끝맺음의 모서리를 매만지게 되는 기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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