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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 Mar 01. 2024

아무런 잘못이 없다

잊지 말아야 할 것

대체 어떤 죄를 지었길래 이런 삶을 살아야 하는가, 생각했다. 지은 죄는 없는데 잘못했음을 고할 일이 많았다. '전생에 나라를 팔았었나' 읊조렸다.


버티는 날이 많았다. 견디거나 이겨내기보다는 흘려보내고 지나쳐야 했다, 내가 부러지지 않기 위해. 돈도 든든한 뒷배도 가족도 없었다. 나의 뿌리가 송두리째 흔들렸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머리를 숙였다. 일어난 사건이 나의 잘못이라 생각했다. 그것에 온전한 나의 잘못은 없었다. 모두의 잘못을 짊어지며 울부짖지도 못했다.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바뀐 건 늘어난 나이와 뱃살뿐. '술로 잊으려던 날마다 적셨다면 나는 술독에 빠져 죽었겠구나.' 생각했다.


남들과 같은 길을 걷고 싶지 않았다. 이게 세상이고 사회라는 인간들과 같아지면 안 되었다. 아이히만은 지극히 정상적인 범주의 사람이었다. 잊어서는 안 된다.


나를 꺾고 바닥에 흩뿌리며 염을 토한다면 누구 하나 울어줄까, 그럴 리가. 나를 아껴야 하는 사람은 나뿐이다. 그 누구도 나의 삶을 짊어지지 않는다.


다시 과거로 돌아감이 나에겐 지옥이다. 자주 무너진 어깨가 안쓰러워 끌어안았다. 어찌하여 나에게 이러는가.


부모도 선생도 상사도 온전치 못했다. 나는 그 어느 곳에서 안식을 취해야 하는가. 비틀비틀 취한 정신을 부여잡고 온 동네를 뛴다. 숨이 차지 않으면 갑갑함이 해소되지 않는다.




나로 살다 가고 싶다. 계속해서 변질된다. 그럼에도 중심을 잡고 싶다. 운동을 알려주는 이가 나에게 코어가 부족하다고 한다. 이것이 단련될 수 있단 말인가, 부러질 것만 같은데.


삶의 기로에 섰었다. 포기하려던 마음을 다잡은 것은 소중함이 아닌 불쾌한 것들에 대한 분노였다. 저들이 살아가는데, 내가 왜 죽어야 하는가.


이타적인 이에게 너무 가혹한 세상이다. 너덜너덜해진 살점을 주워 담고 내일을 준비한다. 아침은 또 얼마나 빨리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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